길 위에 있는 동안은 행복하다 -Bing작품
길 위에 있는 동안은 행복하다
"걸어야 산다"는 명언이 있습니다.
요즈음은 걷는 것도 부족하여 맨발로 걷는 운동이 유행하고 있습니다
건강에 관심이 많은 저의 아내도
그 추운 겨울밤에도 학교운동장 모래길을 맨발로 걸어 다닙니다
효과가 있나고요?
머리털도 빠지지 않고, 코골이도 점차 없어지고,
불면증도 사라지고 있답니다
자동차 타고 다니는 것이 오히려 건강에 해롭네요
웬만한 거리는 걸어보는 것이 당신의 건강을 책임져 줍니다.
하늘에서 땅에서의 소풍 마치고 돌아오라는 신호가 올 때까지
침대에서 머물지 않고 두 발로 씩씩하게 걷는 것.
그것이 바로 축복입니다
길 위에 있는 동안은 행복하다(김재진 시인)
둥근 우주 같이 파꽃이 피고
살구나무 열매가 머리 위에 매달릴 때
가진 것 하나 없어도 나는
걸을 수 있는 동안 행복하다
구두아래 길들이 노래하며 밟히고
햇볕에 돌들이 빵처럼 구워질 때
새처럼 앉아 있는 후박꽃 바라보며
코끝을 만지는 향기는 비어있기에 향기롭다
배드민턴 치듯 가벼워지고 있는 산들의 저 연두 빛
기다릴 사람 없어도 나무는 늘 문밖에 서 있다
길들을 사색하는 마음속의 작은 창문
창이 있기에 집들은 다 반짝거릴 수 있다
아무것도 찌르지 못할 가시 하나 내보이며
찔레가 어느새 울타리를 넘어가고
울타리 밖은 곧 새 여름
마음의 경계 울타리 넘듯 넘어가며
걷고 있는 두 다리는
길 위에 있는 동안 행복하다
목자 없는 양 (박도진 시인)
무서운 발톱도 이빨도 없어요
도망칠 수 있는 다리도 없고요
오직 양들의 생명을 지켜줄 수 있는 것은
목자뿐이랍니다
양 떼들은
푸른 초장, 잔잔한 물가로 인도해 줄
목자를 찾고 있답니다
양 한 마리는 말씀에 갈증이 있고요
양 한 마리는 울타리를 벗어나 광야로 가려하고요
양 한 마리는 목자가 싫다고 도망치려 하고요
양 한 마리는 지치고 힘들어서 울고 있어요
선한 목자가 어디에 있을까요
지니고 있는 불빛마저
빛을 잃어 가고 있을 때에
우리 주님은 울고 계시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