픽사베이 제공
골초와 아이 엄마 (박도진 시인)
그는
뼛속까지 담배 냄새가 밴 사람이었다.
담배의 그림자 속에 묻힌 사람,
불안과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연기를 피워 올렸다.
그에게 흡연은 삶의 일부였다.
옷깃에도,
머리카락과 피부에도 스며든 냄새.
그가 지나간 자리마다
따라오는 골초의 냄새.
그는 담배를 피우지 않으면
자기 자신이 사라질까 두려워
흔들거리는 연기를 붙잡는 것이다
담배 연기 한 줄기,
스멀스멀 벽을 넘어온다.
흡연 금지 안내방송도 아랑곳없다.
노인의 체취보다 더 매캐한 냄새,
기분 나쁘게 달라붙는 끈적한 냄새.
그 찌든 냄새에
엄마인 나도 숨이 막히는데,
내 아이에게는
가슴을 조여오는 괴물이다.
온몸을 얼어붙게 만드는 그 연기가
지금 우리 가족을 노린다.
아파트 승강기 벽에
원망 섞인 하소연을 붙여본다.
골초인 당신에게
담배 한 개비는
슬픔이 타고 남은 흔적일지 모르나,
아이 엄마인 나에겐
삶의 기쁨을 송두리째 빼앗아 가고 있다오
▲이 시는 흡연자(골초)와 아이 엄마의 극명한 대비를 통해
간접흡연의 고통을 호소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시의 전반부는 흡연자의 모습을 생생하게 묘사합니다.
그는 '뼛속까지 담배 냄새가 밴',
'담배의 그림자 속에 묻힌' 사람으로,
담배가 자신에게 있어 불안과 외로움을 달래는 수단이자
삶의 일부임을 드러냅니다.
옷과 머리카락, 피부에 배어든 담배 냄새는 그를 따라다니며,
그는 담배를 놓는 순간 자신을 잃을까 두려워 금연하지 못하는,
담배에 지배당하는 존재로 그려집니다.
아이 엄마: 간접흡연으로 인한 고통과 절규
시의 후반부는
이 흡연자로 인해 고통받는 아이 엄마의 시선으로 전환됩니다.
흡연 금지 안내방송에도 아랑곳없이 넘어오는 담배 연기는
노인의 체취보다 더 매캐하고 끈적한 '괴물'로 비유됩니다.
이 연기는 엄마 자신뿐만 아니라
아이의 가슴을 조여오고
온몸을 얼어붙게 만드는 위협적인 존재입니다.
시적 화자는 아파트 승강기 벽에 붙인 하소연을 통해,
흡연자에게 담배가 슬픔의 흔적일지 모르지만,
아이 엄마인 자신에게는, 삶의 기쁨을 송두리째
빼앗아 가는 존재임을 강조하며 간접흡연으로 인한
절박한 심정을 토로합니다
▲ 이 시는 한 사람에게는 위안일 수 있는 흡연이,
다른 사람에게는 생명을 위협하는 고통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며, 간접 흡연의 심각성과 그로 인해 발생하는 갈등,
그리고 비흡연자의 피해에 대한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