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의 가시 (박도진 시인)
진한 슬픔은 홀로 오지 않는다
언제나 물귀신처럼 하나를 덧붙이지
비올 때 벼락만 치는 것을 본 적이 있나요
천둥의 큰 울음이 비를 몰고오지
시인은 그 울음에 붙들려
시의 가시에 찔리면서도
슬픔마저 아름답게 꾸미려
먼저 그의 가슴에 붉은 멍이 들었다지
두려움과 아픔이 겹쳐오는 이들에게
시인의 시는 깊은 위로가 되어
그들이 약속의 땅을 밟을 때
함께 슬픔을 오롯이 이겨낸 거지
돌이켜보면
세상의 모든 이들이
가슴에 남모를 아픔을 지니기에
시의 가시를 짊어진 작은 시인들입니다
▲시 <시의 가시> 논평
제공해주신 시 <시의 가시>는 슬픔과 아픔,
그리고 시인의 역할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을 담고 있습니다.
비유와 상징을 효과적으로 사용하여 시인의 고뇌와
그를 통해 독자가 얻는 위로를 설득력 있게 전달합니다.
▪ 슬픔의 속성
이 시는 슬픔이 홀로 오지 않는다는 통찰로 시작하며,
"물귀신처럼 하나를 덧붙"이는 슬픔의 전이성을 강조합니다.
"비올 때 벼락만 치는 것을 본 적이 있나요 /
천둥의 큰 울음이 비를 몰고오지"라는 비유는
슬픔이 단순히 하나의 감정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더 큰 아픔과 고통을 동반한다는 점을
시각적이고 청각적으로 생생하게 보여줍니다.
이처럼 슬픔의 복합적인 속성을 묘사하여 독자의 공감을 이끌어냅니다.
▪ 시인의 고뇌와 역할
이 시에서 시인은 슬픔을 그저 느끼는 존재가 아닙니다.
"시의 가시에 찔리면서도 / 슬픔마저 아름답게 꾸미려"는 시인의 모습은,
고통을 예술로 승화시키려는 창작의 지난한 과정을 보여줍니다.
"먼저 그의 가슴에 붉은 멍이 들었다지"라는 표현은
시인이 감당하는 내면의 아픔과 희생을 암시하며,
독자는 시인이 겪는 고통이 결코 가볍지 않음을 깨닫게 됩니다.
이러한 시인의 고뇌는 단순히 개인적인 아픔을 넘어,
타인의 슬픔을 이해하고 보듬는 보편적인 위로로 확장됩니다.
▪ 공감과 위로
시인의 고통을 통해 탄생한 시는
"두려움과 아픔이 겹쳐오는 이들에게 / 깊은 위로가 되어" 다가갑니다.
시인의 진정성 있는 아픔이 담긴 시가
독자에게 치유의 힘을 발휘한다는 메시지는 감동적입니다.
"그들이 약속의 땅을 밟을 때 / 함께 슬픔을 오롯이 이겨낸 거지"라는 구절은
시를 통해 독자가 절망을 극복하고 희망을 찾게 됨을 나타냅니다.
이는 시가 단순한 언어의 유희를 넘어,
삶의 고난 속에서 길을 잃은 이들에게 등대가 될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 보편적인 인간의 모습
마지막 연에서 시는
"세상의 모든 이들이 / 가슴에 남모를 아픔을 지니기에 /
시의 가시를 짊어진 작은 시인들입니다"라고 말하며,
모든 인간 이 본질적으로 시인과 같은 아픔을 지닌 존재임을 역설합니다.
이는 시인의 고뇌가 특별한 것이 아니라,
삶을 살아가는 모든 이들이 짊어진 보편적인 짐임을 의미합니다.
우리 모두가 크고 작은 '시의 가시'를 품고 살아가며,
그 아픔 속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서로를 위로하는 존재임을 깨닫게 합니다.
▪<시의 가시>는 슬픔의 본질, 시인의 숭고한 고통,
그리고 그를 통한 위로의 과정을 유기적으로 연결하여
깊은 울림을 주는 시입니다.
간결하면서도 함축적인 언어로
인간 내면의 아픔과 성숙의 과정을 섬세하게 그려내어
독자에게 잔잔한 감동과 사유의 기회를 선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