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민신문고 (國民申聞鼓)(박도진)
두 손을 꽉 쥘수록
오히려 더 미끄러지는 문제 하나
사람들은 하나둘 손을 놓고
속절없이 등을 돌린다
그때, 벼랑끝의 마지막 기도처럼
나는 글을 쓴다
보이지 않는 북을 향해
깊고 고요한 파동을 두드린다
억울함은 오래 쌓인 먼지로 쌓여
가슴 속을 덮고
민초(民草)의 굽은 어깨 위에는
차가운 제도(制度)의 무게만 내려앉는다
얼마나 많은 밤들이
이 북을 울려왔을까
나 또한 간절함을 담아 북채를 들었다
접수되었다는 짧은 문장 하나
그 한 줄의 숨결이
마음의 돌덩이를 굴려낸다
신탁(信託)이라는 이름의 거대한 그늘
탐욕의 틈새로 사들인 집들마다
사람 대신 침묵이 살고
관리비는 쌓여
한 채의 집값이 되어간다
어둠은 더 깊어지지만
그래도 어딘가에서 빛은 시작될 것이다
아주 가늘지만 끝내 꺼지지 않을
한 줄기 눈부신 응답이
이 북소리에 닿기를
▶ 시 <국민신문고>는.
현대판 '신문고'라 할 수 있는 민원 시스템을 소재로, 전세 사기나 갭투자 문제로 고통받는 서민의 심경을 절절하게 담아냈습니다. 특히 '보이지 않는 북'을 두드리는 행위와 '접수되었다는 문장'에서 느끼는 안도감을 대비시킨 점이 매우 인상적입니다.
📝 시평 (Commentary)
상징의 적절성: 전통적인 '신문고'와 현대의 '국민신문고'를 연결하여, 시대를 관통하는 서민의 억울함을 '북소리'라는 청각적 이미지로 잘 형상화했습니다.
공감대 형성: '손을 꽉 쥘수록 미끄러지는 문제', '제도의 무게' 같은 표현은 개인이 감당하기 힘든 사회적 모순을 날카롭게 포착하고 있습니다.
구조적 미학: 절망적인 상황(신탁회사, 갭투자, 침묵) 속에서도 마지막에 '빛'을 언급하며 희망을 잃지 않으려는 태도가 감동을 줍니다.
'나의 자작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 그 숲에 당신이 왔습니다 (김용택) (0) | 2026.03.28 |
|---|---|
| 우리가 어느 별에서(정호승) (0) | 2026.03.28 |
| 어머니의 유품(박도진) (0) | 2026.03.26 |
| 마지막 항해(박도진) (0) | 2026.03.25 |
| 가을 / 김현승 (0) | 2026.03.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