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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자작시

귀촉도(歸蜀途) (서정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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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촉도(歸蜀途) (서정주)

 

눈물 아롱아롱

피리 불고 가신 님의 밟으신 길은

진달래 꽃비 오는 서역 삼만 리.

흰 옷깃 여며 여며 가옵신 님의

다시 오진 못하는 파촉 삼만 리.

신이나 삼아 줄 걸 슬픈 사연의

올올이 아로새긴 육날 메투리.

은장도 푸른 날로 이냥 베어서

부질없는 이 머리털 엮어 드릴 걸.

초롱에 불빛 지친 밤하늘

굽이굽이 은핫물 목이 젖은 새.

차마 아니 솟는 가락 눈이 감겨서

제 피에 취한 새가 귀촉도 운다.

그대 하늘 끝 호올로 가신 님아.

 

서정주 시인의 귀촉도(歸蜀途)는 사랑하는 임과의 사별에서 오는 극한의 한()과 비극적 정조를 한국적 정서와 전통적인 소재를 통해 형상화한 명작입니다.

시의 깊이를 이해하기 위한 해설을 핵심 요소별로 정리해 드립니다.

 

1. 제목 '귀촉도'의 의미와 배경

귀촉도(歸蜀途): '촉나라로 돌아가는 길'이라는 뜻입니다.

설화적 배경: 중국 촉나라의 망제(望帝)가 나라를 잃고 쫓겨나 죽은 뒤, 그 넋이 두견새(귀촉도)가 되어 밤마다 "귀촉(歸蜀, 촉으로 돌아가리)"하며 피를 토하며 울었다는 설화에서 따왔습니다.

상징: 이 시에서 귀촉도는 '죽은 임의 넋'이자, 남겨진 화자의 '처절한 슬픔'이 투영된 매개체입니다.

 

2. 시의 구성 및 내용 풀이

[1] 임과의 영원한 이별 (사별)

서역 삼만 리 / 파촉 삼만 리: 죽음의 세계, 즉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먼 길을 의미합니다.

진달래 꽃비: 임이 가시는 길에 뿌려진 꽃비는 아름답지만 비극적인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이별의 정한을 시각화)

[2] 못다 한 사랑에 대한 회한 (후회)

육날 메투리: 자신의 머리카락을 베어 신발(메투리)이라도 만들어 드렸어야 했다는 헌신적인 사랑과 뒤늦은 후회를 나타냅니다.

은장도 / 머리털: 자신의 신체 일부인 머리카락을 베어 신을 삼겠다는 표현은 임을 향한 절대적인 정절과 비장미를 보여줍니다.

[3] 극한의 슬픔과 한의 형상화

은핫물 목이 젖은 새: 은하수(밤하늘)조차 눈물로 젖어 있는 듯한 배경 설정입니다.

제 피에 취한 새: 귀촉도가 피를 토하며 우는 모습을 '제 피에 취했다'고 표현하여, 슬픔이 극에 달해 스스로 감당하기 어려운 상태를 묘사합니다.

호올로 가신 님아: 마지막 호명을 통해 임의 부재를 다시 한번 확인하며 끝없는 고독과 한을 남깁니다.

 

3. 감상 및 논평

이 시는 임을 보낸 슬픔을 단순히 '슬프다'고 말하지 않습니다. 대신 '피를 토하며 우는 새''자신의 머리카락을 베어 신을 삼지 못한 후회'라는 구체적이고 강렬한 이미지를 통해 독자의 가슴에 한의 정서를 깊게 새깁니다.

서정주 시인 초기 시의 특징인 생명력 넘치는 감각과 전통적 서정성이 결합하여, 한국 문학사에서 '이별의 정한'을 노래한 대표적인 작품으로 손꼽힙니다.

 

한국 문학사에서 끊임없이 논쟁이 되는 핵심적인 질문.

 

서정주 시인(미당)'시의 정부(政府)'라 불릴 만큼 압도적인 문학적 성취를 이루었지만, 동시에 '친일 행적''군사 독재 정권 찬양'이라는 씻을 수 없는 과오를 남긴 인물이기 때문입니다.

이 문제를 바라보는 관점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뉩니다.

1. 문학적 성취와 삶은 별개다 (예술 지상주의적 관점)

논거: 시의 가치는 시어의 조탁, 운율, 상상력 등 텍스트 자체의 예술성으로 평가받아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미당의 경우: 그가 구사한 한국어의 마술적인 경지, 전통적 정서를 근대적 언어로 살려낸 능력은 한국 문학의 자산이라는 주장입니다. "사람은 미워하되, 시어(言語)는 버릴 수 없다"는 논리입니다.

 

2. 시와 시인의 삶은 하나다 (참여 문학 및 윤리적 관점)

논거: 문학은 결국 인간의 삶을 담는 그릇이며, 시인의 영혼이 부패했다면 그가 쓴 시 또한 진실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미당의 경우: 일제강점기에는 학도병 출정을 독려하고, 독재 시절에는 전두환을 찬양하는 시를 쓴 행위는 단순한 실수가 아니라 '곡학아세(學阿世)'이며, 이러한 가치관이 그의 시세계 전반에 흐르는 '권력에의 순응'이나 '허무주의'와 연결되어 있다고 비판합니다.

 

3. '비판적 수용''분리된 기록' (역사적 관점)

논거: 그의 문학적 성취를 부정하지 않되, 그 성취가 어떤 역사적 죄과 위에서 피어났는지를 명확히 기록하고 교육해야 한다는 중도적 입장입니다.

현재의 흐름: 최근 학계와 대중은 미당의 시를 교과서에서 배우되, 그 옆에 반드시 그의 친일 및 반민주 행적을 명기하여 '공과 실을 함께 보는 방식'을 택하고 있습니다.

 

💡 개인적인 통찰을 보태자면

서정주 시인의 귀촉도국화 옆에서같은 시들은 여전히 아름답습니다. 하지만 그 아름다움이 시인이 가졌던 역사의식의 부재를 면죄해 주지는 못합니다.

오히려 "어떻게 저토록 아름다운 언어를 구사하는 사람이, 저토록 추한 역사의 길을 걸었는가?"라는 질문 자체를 문학의 중요한 화두로 삼아야 합니다.

그의 시를 읽으며 우리는 '언어의 예술성''작가의 사회적 책임' 사이의 거대한 간극을 목격하게 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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