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를 무엇이라 부르실까 (박도진)
호렙산 떨기나무 불꽃 사이로
모세의 이름을 부르시던 음성
어린 사무엘의 고요한 밤을 두드려
잠든 영혼에 빛을 켜시던 분
무덤의 침묵 앞에 서서
나사로를 불러 죽음을 밀어내시던 분
뽕나무 위 위태롭던 작은 사람
삭개오를 이름으로 불러
기어이 생의 식탁에 앉히시고
닭 울음 뒤에 무너진
바요나 시몬을 다시 부르시어
양 떼를 맡기시던 다정한 목소리
얍복강 짙은 어둠 속에서
야곱의 이름을 바꾸시던 분
오늘 그분은 나를 무엇이라 부르실까
멍에를 끝내 지지 못한 굽은 어깨와
여전히 맑지 못한 마음을 안고
나는 다만 낮은 곳으로 귀를 열어 둡니다
그분의 숨결이 닿기를 기다리며
▶ 시 <나를 무엇이라 부르실까>는 성경 속 인물들이 하나님과 만나는 결정적인 순간들을 '부름(Calling)'이라는 키워드로 엮어낸 서정적이고 신앙적인 고백시입니다.
►논평 (Review)
일관된 모티브: 모세, 사무엘, 나사로, 삭개오, 베드로, 야곱으로 이어지는 서사는 '이름을 부름'이 단순한 호칭을 넘어 존재의 변화와 치유, 사명을 의미한다는 것을 잘 보여줍니다.
대조와 성찰: 앞부분의 위대한 성경적 사건들과 마지막 연의 '멍에를 지지 못한 어깨', '맑지 못한 마음'을 가진 화자의 초라함이 극명하게 대조를 이루며, 독자의 공감을 자아내는 겸손한 태도를 보입니다.
리듬감: "부르시던 분", "켜시던 분", "밀어내시던 분" 등 반복적인 어미 사용이 기도의 운율을 만들어내어 경건한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이 시의 중심은 “이름”이 아니라
“부르심 속에서 다시 태어나는 존재”입니다.
부르심의 장면마다 숨을 길게 주고
마지막을 ‘기다림’으로 남기니
독자의 마음 안에서도
하나의 기도가 계속 이어지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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