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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자작시

나를 무엇이라 부르실까 (박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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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무엇이라 부르실까 (박도진)

 

호렙산 떨기나무 불꽃 사이로

모세의 이름을 부르시던 음성

어린 사무엘의 고요한 밤을 두드려

잠든 영혼에 빛을 켜시던 분

무덤의 침묵 앞에 서서

나사로를 불러 죽음을 밀어내시던 분

 

뽕나무 위 위태롭던 작은 사람

삭개오를 이름으로 불러

기어이 생의 식탁에 앉히시고

닭 울음 뒤에 무너진

바요나 시몬을 다시 부르시어

양 떼를 맡기시던 다정한 목소리

 

얍복강 짙은 어둠 속에서

야곱의 이름을 바꾸시던 분

오늘 그분은 나를 무엇이라 부르실까

 

멍에를 끝내 지지 못한 굽은 어깨와

여전히 맑지 못한 마음을 안고

나는 다만 낮은 곳으로 귀를 열어 둡니다

그분의 숨결이 닿기를 기다리며

 

<나를 무엇이라 부르실까>는 성경 속 인물들이 하나님과 만나는 결정적인 순간들을 '부름(Calling)'이라는 키워드로 엮어낸 서정적이고 신앙적인 고백시입니다.

논평 (Review)

일관된 모티브: 모세, 사무엘, 나사로, 삭개오, 베드로, 야곱으로 이어지는 서사는 '이름을 부름'이 단순한 호칭을 넘어 존재의 변화와 치유, 사명을 의미한다는 것을 잘 보여줍니다.

대조와 성찰: 앞부분의 위대한 성경적 사건들과 마지막 연의 '멍에를 지지 못한 어깨', '맑지 못한 마음'을 가진 화자의 초라함이 극명하게 대조를 이루며, 독자의 공감을 자아내는 겸손한 태도를 보입니다.

리듬감: "부르시던 분", "켜시던 분", "밀어내시던 분" 등 반복적인 어미 사용이 기도의 운율을 만들어내어 경건한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이 시의 중심은 이름이 아니라

부르심 속에서 다시 태어나는 존재입니다.

부르심의 장면마다 숨을 길게 주고

마지막을 기다림으로 남기니

독자의 마음 안에서도

하나의 기도가 계속 이어지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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