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시라기(김준태)
던져라 꽃
던져라 술 던져라 밥
서녘바다 저 바다에
퍼렇다 떼죽음 당한 시간
퍼어렇다 떼죽음 당한 파도
떼죽음 당한 불두화 향기
떼죽음 당한 싯다르타
떼죽음 당한 사람의 아들
떼죽음 당한 하늘과 땅
한 마리 새가 죽으면
밤하늘 별들도 눈을 감고
한 송이 백합꽃이 꺾이면
세상의 모든 꽃들도 시들고
떼죽음 당한
사랑과 사랑의 실체
304명의 심장, 영혼들아
밥을 뿌리면 밥에 붙어서
술을 뿌리면 술에 붙어서
꽃을 뿌리면 꽃에 붙어서
바닷길 닦으면 오라
황천길 닦으면 촛불 밝혀
오라 강강술래로 오거라
둥근 달 앞세우고
우리 새끼들 일으켜 세우세
이승에서 죽으면 저승에서 살리고
저승에서 죽으면 이승에서 살리고
보내세
젊은 청춘들 좋은 세상으로
배 가득히 법고 운판 목어* 실어서
둥둥 북 울려 보내세 두둥실 멀리!
오메 그리하여 우흐흐—
누가 칼을 들어 불을 들어
온다! 온다! 온다! 오고 있네!
이 땅의 우리가 저들을 버렸음으로
또다시 저들을 바다에 밀어 넣을지 몰라
[각주]
다시라기 : 죽은 넋들이 잘 가도록 저승길을 닦아주는 제의(祭儀)로, 예로부터 한반도 남녘 땅 진도·해남 등지에서 널리 크게 행해져왔다. 시 「다시라기」는 세월호 영혼들에게 바치는 ‘무가(巫歌)’.
법고(法鼓), 운판(雲版), 목어(木魚) : 범종(梵鐘)과 함께 불전사물(佛殿四物).
▶이미지 속의 시 「다시라기」를 통해 볼 때, 이 시인은 한국 전통 정서와 종교적 상징을 결합하여 사회적 비극을 치유하려는 ‘샤먼(Shaman)적 참여 시인’의 면모를 보입니다.
시인의 기법과 사회적 참여시에 대한 설명을 나누어 정리해 드립니다.
1. 시인의 주요 창작 기법
① 전통적 제의(Ritual)의 현대적 변용
이 시의 제목인 '다시라기'는 진도 지방의 장례 풍습에서 따온 것입니다. 시인은 단순한 슬픔의 표출에 그치지 않고, 시 자체를 하나의 '씻김굿'이나 '제사'처럼 구성합니다.
►반복과 리듬: "던져라", "떼죽음 당한", "뿌리면 ~ 붙어서" 등의 반복구는 굿판의 무가(巫歌) 같은 리듬감을 만들어 독자가 시적 의식에 동참하게 합니다.
►호명(呼名)과 초혼(招魂): "304명의 심장, 영혼들아"라며 죽은 자를 직접 불러내어 이승과 저승의 경계를 허뭅니다.
② 종교적·초월적 상징의 결합
시인은 특정 종교에 국한되지 않고 인류 보편의 성인(聖人)이나 상징을 동원합니다.
불교와 기독교의 결합: "싯다르타(부처)"와 "사람의 아들(예수)"을 동시에 언급하며 이 비극이 전 우주적이고 근원적인 아픔임을 강조합니다.
불전사물(佛殿四物): 법고, 운판, 목어 등을 언급하며 죽은 영혼들이 소리를 타고 좋은 곳으로 가기를 기원하는 불교적 세계관을 차용합니다.
③ 감각적 색채 대비
퍼렇다/퍼어렇다: 차가운 바다와 죽음의 이미지를 시각적으로 극대화하여 비극성을 강렬하게 전달합니다.
2. 사회적 참여시(Social Engagement Poetry)에 대하여
이 시는 전형적인 사회적 참여시의 성격을 띠고 있습니다. 참여시란 시인이 상아탑에 갇히지 않고 현실의 모순이나 고통에 직접 목소리를 내는 것을 말합니다.
① 증언과 기록의 역할
참여시는 잊히기 쉬운 사회적 참사를 문학의 틀 안에 기록합니다. "304명"이라는 구체적인 숫자를 명시함으로써, 이 시는 단순한 서정시를 넘어 시대의 증언록이 됩니다.
② 공감과 연대를 통한 치유
시인은 슬픔을 개인의 것으로 두지 않고 "이 땅의 우리"라는 공동체의 문제로 확장합니다.
"이 땅의 우리가 저들을 버렸음으로 / 또다시 저들을 바다에 밀어 넣을지 몰라"
마지막 구절은 사회적 방관에 대한 통렬한 자기반성을 촉구하며, 다시는 이런 비극이 반복되지 않아야 한다는 사회적 각성을 이끌어냅니다.
③ 시적 정의(Poetic Justice)의 실현
현실에서 이루어지지 못한 구원이나 정의를 시적 상상력을 통해 구현합니다. 죽은 이들을 "좋은 세상"으로 보내주고, "이승에서 죽으면 저승에서 살리는" 역설적 논리를 통해 유가족과 사회에 심리적 해원(解冤)의 계기를 제공합니다.
이 시인은 전통의 가락(기법)에 시대의 아픔(사회적 참여)을 담아냄으로써, 문학이 어떻게 사회적 고통에 응답하고 이를 위로할 수 있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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