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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자작시

사랑은 끝이 없다네 / 박노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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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끝이 없다네 / 박노해

 

사랑에 끝이 있다면

어떻게 그 많은 시간이 흘러서도

그대가 내 마음속을 걸어다니겠는가

 

사랑에 끝이 있다면

어떻게 그 많은 강을 건너서도

그대가 내 가슴에 등불로 환하겠는가

 

사랑에 끝이 있다면

어떻게 그대 이름만 떠올라도

푸드득, 한순간에 날아오르겠는가

그 겨울 새벽길에

하얗게 쓰러진 나를 어루만지던

너의 눈물 너의 기도 너의 입맞춤

눈보라 얼음산을 함께 떨며 넘었던

뜨거운 그 숨결이 이렇게도 생생한데

오늘도 길 없는 길로 나를 밀어가는데

어떻게 사랑에 끝이 있겠는가

 

시린 별로 타오른 우리의 사랑을

이제 너는 잊었다 해도

이제 너는 지워버렸다 해도

내 가슴에 그대로 피어나는

눈부신 그 얼굴 그 눈물의 너까지는

어찌 지금의 네 것이겠는가

 

그 많은 세월이 흘러서도

가만히 눈감으면

상처 난 내 가슴은 금세 따뜻해지고

지친 내 안에선 세상을 다 얻은 듯한

해맑은 소년의 까치걸음이 날 올리는데

이렇게 사랑에는 끝이 없다는 걸

내 개인적 경험을 통해서 알게 되었는데

어찌 사랑에 끝이 있겠는가

 

사랑은 끝이 없다네

다시 길 떠나는 이 걸음도

절망으로 밀어온 이 희망도

슬픔으로 길어올린 이 투혼도

나이가 들고 눈물이 마르고

다시 내 앞에 죽음이 온다 해도

사랑은 끝이 없다네

나에게 사랑은 한계도 없고

머무름도 없고 패배도 없고

사랑은 늘 처음처럼

사랑은 언제나 시작만 있는 것

 

사랑은 끝이 없다네

 

1. 박노해의 시 <사랑은 끝이 없다네> 해설

이 시는 사랑의 본질이 시간에 굴복하거나 소멸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시간을 초월하여 삶을 지탱하는 영원한 동력임을 노래하고 있습니다.

시간과 기억을 넘어선 사랑: 시적 화자에게 사랑은 단순히 과거의 사건이 아닙니다. 물리적인 시간이 흐르고 상대방이 떠나거나 잊었을지라도, 화자의 내면에서 그 사랑은 여전히 생생하게 살아 움직입니다. 이는 사랑이 외부 상황에 좌우되는 것이 아니라, 화자의 존재 자체와 결합되어 있음을 의미합니다.

고통을 희망으로 승화: 시 속에서 화자가 겪은 '겨울 새벽길', '눈보라', '상처'는 시련과 고통을 상징합니다. 그러나 화자는 그 아픔마저도 사랑의 일부로 받아들입니다. 과거의 눈물과 숨결이 현재의 삶을 밀어가는 힘이 되기 때문입니다.

사랑의 역설: 세상 모든 것은 끝이 있다고 하지만, 화자는 '나의 경험'을 통해 사랑만은 끝이 없다고 단언합니다. 여기서 사랑은 목적지가 있는 상태가 아니라, '늘 처음처럼 시작만 있는 상태'라는 철학적 깨달음을 보여줍니다. 결국 사랑은 삶을 살아가는 가장 근본적이고 순수한 에너지라는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2. 이 시에 사용된 시적 기법

박노해 시인은 감정을 절제하면서도 독자의 마음을 울리는 다양한 기법을 사용했습니다.

반복법 (수미상관적 구조): "사랑에 끝이 있다면", "사랑은 끝이 없다네"와 같은 구절을 반복하여 주제를 강조하고, 시 전체에 운율감과 안정감을 부여합니다.

설의법: "~하겠는가", "~이겠는가"와 같은 의문형 어미를 사용하여, 독자로 하여금 사랑의 영원함에 대해 스스로 답하게 유도하며 화자의 강한 확신을 드러냅니다.

대조적 이미지: '시린 별', '눈보라', '얼음산' 등 차갑고 고통스러운 현실의 이미지와, '등불', '따뜻해지고', '해맑은 소년' 등 따뜻하고 희망적인 내면의 이미지를 대조시켜 사랑이 지닌 치유의 힘을 부각했습니다.

비유와 상징:

등불: 내면을 밝히는 희망과 기억의 상징.

까치걸음: 해맑은 소년의 발걸음을 통해, 순수한 동심과 생명력이 사랑을 통해 회복됨을 형상화했습니다.

길 없는 길: 정해진 운명이나 쉬운 삶이 아닌, 개척해 나가야 할 고단한 삶의 여정을 상징합니다.

 

3. 박노해 시인의 약력

박노해(본명 박기평) 시인은 한국 현대사에서 매우 독특하고도 강렬한 궤적을 그려온 인물입니다.

약력

1980년대: '얼굴 없는 시인'으로 불리며 노동운동의 현장에서 활동했습니다. 1984년 첫 시집 노동의 새벽을 출간하여 군사 독재 시절 노동자들의 삶과 고통을 생생하게 기록하며 큰 사회적 파장을 일으켰습니다.

1990년대~현재: 수감 생활 이후 사상과 활동의 폭을 넓혔습니다. 현재는 '생명·평화·나눔'을 기치로 내걸고, 전 세계 분쟁 지역과 빈곤 지역을 다니며 현장의 아픔을 기록하는 사회 활동가이자 평화 운동가로 활동 중입니다.

 

박노해 시인의 시세계

초기 (저항과 현실): 노동자의 비참한 현실을 고발하고, 계급 의식과 저항 정신이 담긴 강렬하고 직설적인 시를 썼습니다. 당대 현실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 의식이 돋보였습니다.

후기 (성찰과 보편적 사랑): 세월이 흐르며 그의 시세계는 이념을 넘어선 '보편적 인간애''삶에 대한 경외'로 확장되었습니다. 세상의 변방을 떠돌며 목격한 사람들의 삶을 통해, 고통 속에서도 꺾이지 않는 희망과 사랑의 가치를 서정적이고 철학적인 문체로 담아내고 있습니다.

요컨대, 박노해의 시는 '현실의 고통을 딛고 일어서서, 사랑과 생명이라는 본질을 향해 나아가는 구도자적인 자세'를 보여주는 것이 특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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