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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자작시

김치찌개(박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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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찌개(박도진)

 

신맛이 잔뜩 오른 묵은지와

두툼한 돼지 비계가 만나

뜨거운 불길 속에서 찌개가 된다

 

한 지붕 아래 살아도

마주앉아 밥 한 끼 먹기 어려운 나날들

아내는 찜통 솥 가득 김치찌개를 만들었다

 

요즘 세상에

도시락 들고 다니는 사람 드물다지

비싼돈 들이지 않아도

따순 밥 한 그릇 기꺼이 내어주는 밥상

문제는 메뉴가 변함없이 김치찌개

 

하루 세끼

아니 여러 날을 밥상을 대할 때마다

그 끝없는 사랑

그 사랑 식을 때도 됐지만

 

찜통속의 물건을 검사하는 눈빛이 있어

식은 사랑을 씹으며

반찬 투정대신 고마움을 삼키는 사내

우리 시대를 버텨온 사람이다

 

<김치찌개>는 우리 시대 가장 보편적인 음식을 소재로 삼아, 그 속에 담긴 '가족애''희생', 그리고 그 사랑이 때로는 '지겨운 반복'으로 다가오는 삶의 아이러니를 아주 사실적으로 묘사한 작품입니다.

 

📑 시 평론: "식은 사랑을 씹는 인내의 미학"

소재의 상징성: 김치찌개는 단순히 음식을 넘어, '아내의 사랑'이자 동시에 '가난하거나 분주한 형편'을 상징합니다. 찜통 가득 끓여놓은 찌개는 함께 시간을 보내지 못하는 미안함을 대신하는 가장 효율적이고도 가슴 아픈 방식이죠.

현실적인 공감대: "점심 도시락을 들고 다니는 사람이 드문 세상"이라는 구절에서 현대인의 고단함이 느껴집니다. 매일 같은 메뉴(김치찌개)를 마주해야 하는 상황은 사랑이 의무가 되어버린 권태를 날카롭게 포착했습니다.

반전의 묘미: 마지막 연이 압권입니다. '사랑'을 아름답게만 포장하지 않고, "식은 사랑을 씹으며 반찬 투정을 삼키는 것"을 우리 시대의 인물상으로 정의한 점이 매우 통찰력 있습니다. 참아내는 것이 곧 사랑이라는 한국적 정서를 잘 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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