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강산은 길을 묻지 않는다 (이근배)- 시창작법 9가지(2)
새들은 저희들끼리 하늘에 길을 만들고
물고기는 너른 바다에서도 길을 잃지 않는데
사람들은 길을 두고 길 아닌 길을 가기도 하고
길이 있어도 가지 못하는 길이 있다.
산도 길이고 물도 길인데
산과 산 물과 물이 서로 돌아누워
내 나라의 금강산을 가자는데
반세기 넘게 기다리던 사람들속살언어
이제 봄, 여름, 가을, 겨울
앞 다투어 길을 나서는구나
참 이름도 개골산, 봉래산, 풍악산
철따라 다른 우리 금강산
보라, 저 비로봉이 거느린 일만 이천 묏부리
우주만물의 형상이 여기서 빚고
여기서 태어났구나
깎아지른 바위는 살아서 뛰며 놀고
흐르는 물은 은구슬 옥구슬이구나
소나무, 잣나무는 왜 이리 늦었느냐 반기고
구룡폭포 천둥소리 닫힌 세월을 깨운다
그렇구나
금속살강산이 일러주는 길은 하나
한 핏줄 칭칭 동여매는 이 길 두고
우리는 너무도 먼 길을 돌아왔구나
분단도 가고 철조망도 가고
형과 아우 겨누던 총부리도 가고
이제 손에 손에 삽과 괭이 들고
평화의 씨앗, 자유의 씨앗 뿌리고 가꾸며
오순도순 잘 사는 길을 찾아왔구나
한 식구 한솥밥 끓이며 살자는데
우리가 사는 길 여기 있는데
어디서 왔느냐고 어디로 가느냐고
이제 금강산은 길을 묻지 않는다.
■이근배 시인의 ‘시 창작법 9가지’ 에서
▶왜 시는 명사와 동사 위주로 써야 하나요?
1 구체적이고 살아 있는 표현
‘예쁘다’ ‘슬프다’ 같은 추상적인 형용사나 부사는 실체가 없어 시어가 되기에 부족합니다
반면 ,명사와 동사는 살아 움직이는 구체적인 사실을 바로 볼 수 있게 합니다
2 독자의 체험 유도
명사와 동사로 이루어진 문장은 독자가 묘사를 통해 스스로 상황을 느끼고 체험하게 만듭니다. 반면 형용사나 부사는 오히려 본래의 의미를 왜곡하거나 가릴 수 있다고 봅니다
3 절제미와 농축
시는 극도로 언어를 절약해야 하는 장르입니다. 불필요한 수식어를 걷어내고 언어를 농축할 수록 그 감동의 폭발력이 커지기 때문입니다
결국 , 명사와 동사중심의 글쓰기는 시를 더 단단하고 깊이 있게 만들어 독자애게 강렬한 울림을 전달하기 위한 핵심적인 창작법입니다
▶시창작시 언어를 핵무기처럼 쓰라는 것은 무슨 의미?
시가 언어를 농축하고 또 농축할 때 그안에서 감동의 폭발력을 뿜어낼 수 있다고 합니다
불필요한 서론은 과감히 생략하고 시의 핵심으로 바로 들어가야 하며, 이렇게 농축된 언어는 맛과 향이 짙고 오래가며 멀리 퍼진다는 원리입니다
▶왜 상투적인 표현을 피해야 하나요
이근배 시인은 일상적인 사물에 습관적으로 붙어 다니는 상투적인 표현 (예: 따뜻한 봄날,푸른 하늘 등)을 ‘껍질 언어’라고 지칭하며, 이를 과감히 떼어내고 ‘속살언어’를 찾아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그가 이러한 상투성을 경계하는 이유는 아래와 같습니다.
1 창조적 발견: 시는 이미 존재하는 언어들을 새롭게 조합하여 새로운 맛과 의미를 만들어 내는 작업입니다. 상투적인 표현은 독자로 하여금 대상을 처음 만나는 것처럼 느끼게 하는 창조적 발상을 방해합니다
2 새로운 묘사의 필요성:
시인은 독자가 스스로 느끼고 체험하게 하기 위해서는 낡은 딱지 같은 수식어를 걷어내고, 구체적이고 신선한 새로운 묘사를 찾아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좋은 시를 쓰기 위한 평소의 마음 가짐은?
1 끊임없는 사유와 숙성:
시의 첫줄을 얻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 글감을 익히고 생각에 천착하는 과정이 필수적입니 다. 시는 단순히 기술적인 매뉴얼이 아니라, 깊이와 넓이를 갖춘 사유를 통해 완성도를 결정 짓기 때문입니다
2.나라는 존재의 투영
시라는 송편에 소를 넣듯,시의 중심에는 반드시‘나’라는 체험이 있어야 합니다.시인은 언어 지배자인 동시에, 체험의 지배자여야 하므로, 자신의 온몸으로 겪은 진솔한 경험을 시의 알맹이로 삼아야 합니다
3 처음 마주 하는 듯한 시선
세상의 사물들을 이미 알고 있는 익숙한 것으로 생각하지 말고, 마치 처음 만나는 풍경처럼 바라보고 묘사하려는 태도가 중요합니다. 낯설게 하기를 통해 새로운 언어를 조합하고 발견 하려는 노력이 창조적인 시를 만듭니다
4 언어에 대한 절제와 정직함
시는 언어를 핵무기처럼 극도로 농축하여 사용하는 장르입니다. 불필요한 수식어를 걷어내고, 삶을 정직하게 대면하며 언어를 절약하려는 절제미가 뒷받침될 때 비로서 독자에게 감동을 줍니다
결국 끊임없이 생각하고, 언어를 다듬으며, 자기만의 체험을 구체적인 언어로 벼리는 노력이 좋은 시를 쓰는 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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