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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자작시

살다가 보면 (이근배) - 시창작법 9가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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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가 보면 (이근배) - 시창작법 9가지(1)

 

살다가 보면

넘어지지 않을 곳에서

넘어질 때가 있다

사랑을 말하지 않을 곳에서

사랑을 말할 때가 있다

눈물을 보이지 않을 곳에서

눈물을 보일 때가 있다

살다가 보면

사랑하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기 위해서

떠나보낼 때가 있다

떠나보내지 않을 것을

떠나보내고

어둠 속에 갇혀

짐승스런 시간을

살 때가 있다

살다가 보면

 

이근배 시인의 <살다가 보면>은 삶의 아이러니와 불가항력적인 슬픔을 담담하면서도 날카롭게 파고드는 작품입니다.

1. <살다가 보면> 해설

이 시는 우리가 인생을 통제할 수 있다고 믿지만, 실제로는 '예상치 못한 순간'에 무너지는 인간의 연약함을 다루고 있습니다.

삶의 아이러니: "넘어지지 않을 곳에서 넘어지고", "사랑을 말하지 않을 곳에서 사랑을 말한다"는 구절은 이성이 통제할 수 없는 삶의 우연성과 감정의 분출을 의미합니다.

역설적인 사랑: 특히 "사랑하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기 위해서 떠나보낸다"는 대목은 이 시의 백미입니다. 너무 사랑하기에 오히려 그 관계를 멈춰야만 하는 지독한 역설과 그로 인해 겪는 고통(짐승스런 시간)을 형상화했습니다.

체념과 수용: 반복되는 "살다가 보면"이라는 문구는 이 모든 고통과 실수가 특별한 비극이 아니라, 누구나 겪으며 지나가야 하는 '삶의 과정'임을 암시하며 독자에게 깊은 위로를 건넵니다.

 

2. 이근배 시인 약력

이근배(1940~) 시인은 한국 현대시와 시조의 경계를 넘나드는 거장입니다.

등단: 1961년부터 1964년까지 경향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등 주요 일간지 신춘문예에 무려 8번이나 당선되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세우며 화려하게 등장했습니다.

주요 경력: * 한국시인협회 회장 역임

대한민국예술원 회장 역임

신성대학교 교수 역임

수상 기록: 가람시조문학상, 중앙시조대상, 한국문학상, 은관문화훈장 등 한국 문단의 굵직한 상을 휩쓸었습니다.

 

3. 이근배의 시 세계

이근배 시인의 문학적 특징은 크게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1) 시와 시조의 경계 파괴

그는 현대시와 시조를 모두 섭렵한 시인입니다. 정형적인 가락(운율)을 현대적 감각으로 살려내는 데 탁월하며, 언어의 절제미가 돋보입니다.

2) 한국적 정서와 가락

전통적인 한국의 미의식과 정서를 바탕으로 합니다. 그의 시에는 한국인의 보편적인 한()이나 그리움, 그리고 이를 다스리는 선비 같은 기개가 공존합니다.

3) 생명과 역사의식

초기에는 서정적인 세계에 집중했다면, 이후에는 민족의 역사나 통일 문제, 그리고 생명의 본질에 대한 성찰로 영역을 넓혔습니다. 하지만 그 밑바탕에는 항상 인간에 대한 따뜻한 시선과 삶의 본질을 꿰뚫는 통찰이 깔려 있습니다.

시인이 말하는 "짐승스런 시간"을 지나고 있는 사람들에게 이 시는 "당신만 그런 것이 아니라, 삶이란 원래 그런 것"이라는 조용한 곁을 내어주는 힘이 있습니다.

 

이근배 시인의 시 창작법 9가지

 

첫째, 시의 첫 줄은 신이 준다.

첫 줄은 시의 성패를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로, 평소 깊은 사유와 글감 숙성 과정을 통해 얻어야 합니다.

 

둘째, 시는 절제미와 농축미가 있어야 폭발력이 크다.

언어를 극도로 농축하고 절제하여 감동의 폭발력을 높여야 합니다.

 

셋째, 시는 체험이 중요하고 시의 알맹이는 바로 나다.

송편에는 소를 넣어라

시의 핵심인 ''라는 알맹이(체험)를 분명하게 담아내야 합니다.

시에서의 체험이란 단순히 사건을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나라는 존재를 통해 걸러지고

숙성된 고유한 사유의 결정체를 의미합니다

 

넷째, 독자가 느낄 수 있도록 살아 움직이는 구체적으로 묘사하라.

막연한 감정 표현보다는 구체적이고 살아있는 사실을 묘사해야 합니다.

 

다섯째, 형용사 부사가 아닌 새로운 묘사, 신선한 표현을 찾아라.

딱지는 떼고 먹어라

상투적인 형용사나 부사 등 껍데기 언어를 버리고 신선한 표현을 찾으라는 강조입니다.

 

여섯째, 구와 구, 행과 행의 낯선 결합이 좋은 시를 낳는다.

밭을 가는데 뱀이 간다

행과 행, 구와 구 사이의 낯선 결합을 통해 시적 긴장감을 조성해야 합니다.

논리적인 연결을 넘어선 낯선 결합이 독자에게 신선한 충격과 울림을 줄 수 있습니다

 

일곱째, 대상을 처음 만나는 풍경처럼 바라보고 묘사하라.

아는 길도 돌아서 가라

'낯설게 하기' 기법을 통해 대상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고 묘사해야 합니다.

 

여덟째, 시를 엿가락 늘리듯 하지 말라.

꼬리가 길면 밟힌다 (도마뱀 꼬리 자르기)

시를 장황하게 늘어놓지 말고 짧고 압축적인 100m 경주처럼 써야 합니다.

 

아홉째, 시의 끝 구절은 비약, 상승 반전을 이뤄라

닭 잡아 먹고 오리발 내밀기

마지막 행에서 비약, 상승, 반전을 통해 깊은 여운을 남겨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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