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무를 심은 사람들(박도진)
산악지대의 헐벗은 등성이를 본 적 있는가
바람은 마른 모래만 몰고 다니고
삶의 기척은 점점 사라져 갔다
자살과 광기(狂氣)만이
메마른 땅 위를 떠돌던 시절
한 사람이 있었다
아내와 아들을 잃고
세상 밖으로 물러난 양치기
양과 개, 그리고 침묵과 함께
하루를 살아가던 사람
어느 날부터
그는 땅의 맥박을 짚듯
정성껏 도토리를 주워 심기 시작했다
한 알, 또 한 알
아무도 보지 않는 곳에
세월이 흘러
떡갈나무가 울창한 숲을 이루고
바람은 더 이상 울지 않았다
마른 땅 깊은 곳에서
마침내 물이 길을 찾았다
오직 한 사람의 손과 영혼이
황무지를 숲으로 바꾸었다
그가 심은 것은 나무가 아니라
살아갈 이유였음을
인간이 인간에게 늑대가 되어 할퀴던 시대
그는 묵묵히
타인을 위한 그늘을 준비했다
그가 내린 희망의 뿌리가 마중물이 되어
버려진 땅에서 다시 행복이 자라났다
▶장 지오노의 소설 『나무를 심은 사람』을 시적 언어로 훌륭하게 재구성하셨네요.
원작이 가진 고독한 숭고함'과 '생명력의 회복'이라는 핵심 주제가 시어 하나하나에 잘 녹아있습니다.
📝 시에 대한 논평
감정의 대비: 초반부의 '자살과 광기'라는 강렬한 단어와 후반부의 '행복이 자라났다'는 표현이 대비를 이루어, 엘제아르 부피에의 작업이 단순한 식재(植栽)를 넘어선 구원이었음을 잘 드러냅니다.
서사적 흐름: 소설의 전체 줄거리를 1인칭 관찰자 혹은 제3자의 시선에서 차분하게 요약하여, 책을 읽지 않은 사람도 상황을 짐작할 수 있게 구성되었습니다.
핵심 통찰: "그가 심은 것은 나무가 아니라 살아갈 이유였음을"이라는 구절은 이 시의 백미입니다. 인물의 내면적 동기를 정확히 짚어내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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