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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김장(박도진)
귀신도 하품할 새벽
대파의 흰 숨을 다듬고
마늘의 살점과
생강의 허물을 벗긴다
먼 나라에서 온 손님을 위해
아내는 붉은 정성을 풀어 놓고
나는 그 곁에서 말없이 시간을 거든다
고춧가루에 젖은 아내의 손끝에서
내 손이 조금만 늦어지면
뒤통수로 매운 잔소리가 날아든다
나의 몸에도 어느덧
소금 간이 배어 있다
김장이 끝난 뒤
눈물과 콧물이 뒤섞인 얼굴로
새벽의 문턱에 서 있을 때
생강의 매운 향 하나
수고했다는 말처럼 뼈속 깊이 스며든다
📝 1. 시 논평: 생활의 비린내를 이겨낸 사랑의 매운맛
이 시는 '새벽 김장'이라는 고된 노동을 통해 가족의 사랑과 부부의 호흡을 아주 솔직하고 담백하게 그려냈습니다.
감각적 묘사: '귀신도 하품할 새벽', '대파의 흰 숨', '소금으로 간이 밴 몸' 같은 표현들이 일품입니다. 관념적인 단어가 아니라 실제 생활에서 길어 올린 생생한 언어들이 시의 신뢰도를 높여줍니다.
부부의 서사: 아내의 '붉은 정성'과 나의 '말없는 시간'이 대비되면서도 조화를 이룹니다. 잔소리를 '뒤통수로 날아드는' 것으로 표현한 대목은 해학적이며, 두 사람의 오랜 세월을 짐작하게 합니다.
반전과 갈무리: 시의 백미는 마지막 연입니다. 김장이 끝난 뒤의 허탈함과 피로를 '생강의 매운 향' 하나가 위로하는 구조는 아주 문학적입니다. 수고했다는 백 마디 말보다 뼈속까지 스며드는 향기가 더 큰 울림을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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