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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자작시

헌신짝(정호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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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신짝(정호승)

 

나에게는 버려진 기쁨만 있을 뿐이다

나는 오직 버려진 기쁨에 의해 버려져도 버려진 게 아니다

당신도 버려진 나의 기쁨에 의해 나를 버려도 버린 게 아니다

당신은 어느 날

다세대주택 골목 쓰레기통에 나를 버리고 단호히 돌아섰지만

헌신짝이 된 나를 버리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떠나갔지만

당신은 내가 버려짐으로써 얻은 기쁨을 모른다

당신은 나를 버림으로써 영원한 이별이 완성된 줄 알지만

나의 이별은 만남을 위한 기다림일 뿐이다

당신은 나를 버려도 나는 당신을 버리지 않는다

당신이 낡고 해지고 병든 헌신짝이 되어

나를 찾아오기를 기다린다

헌신짝에도 고요한 기다림은 남아 있다

버려짐으로써 얻은 기쁨을 이웃과 나누기 위해

오늘밤에도 내가 버려진 골목에 달이 뜨기를 기다린다

 

정호승 시인의 <헌신짝>*은 버림받은 존재의 비애를 노래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 소외된 상태를 기쁨기다림이라는 역설적인 가치로 승화시킨 수작입니다.

 

1. 시에 대한 논평: 버려짐의 미학

이 시는 세상에서 쓸모없어진 존재로 취급받는 '헌신짝'을 화자로 설정하여,

상실을 초월한 관조적 자세를 보여줍니다.

역설적 수용: 일반적으로 '버려짐'은 슬픔과 고통을 동반하지만, 화자는 이를 오히려 "버려진 기쁨"이라 부릅니다. 이는 타인에 의한 외부적 가치 판단(효용성)에서 벗어나, 자기 자신으로 온전해지는 자유를 의미합니다.

자비와 포용: 자신을 버린 '당신'을 원망하기보다, 오히려 당신 역시 낡고 병든 존재가 되어 돌아올 때를 기다린다는 대목에서 종교적 성찰이나 숭고한 사랑이 느껴집니다.

사회적 확장: 마지막 구절에서 기쁨을 '이웃과 나누기 위해' 기다린다는 표현은 개인의 상처를 치유하는 데서 나아가, 고통받는 타인과의 연대 가능성을 제시하며 시적 깊이를 더합니다.

 

2. 이 시에 사용된 주요 기법

역설법 (Paradox)

가장 핵심적인 기법입니다. "버려진 기쁨", "버려져도 버려진 게 아니다"와 같은 표현은 논리적으로는 모순되지만, 그 안에는 세속적인 가치를 넘어선 존재의 본질이라는 진실을 담고 있습니다.

 

의인화 (Personification)

사람이 신다 버린 신발인 '헌신짝'에 인격을 부여하여 감정과 의지(기다림, 기쁨)를 표현했습니다. 이를 통해 사물을 단순한 물건이 아닌, 우리 주변에서 소외된 이웃이나 화자 자신의 내면으로 치환하여 독자의 공감을 이끌어냅니다.

 

반복과 변주

"~이다", "~알지만", "~기다린다"와 같은 어미의 반복을 통해 운율을 형성하며, '버림''기다림'이라는 키워드를 지속적으로 변주하여 주제 의식을 강화합니다.

 

대조 (Contrast)

당신 vs : 냉정하게 버리고 떠나는 '당신'과 묵묵히 자리를 지키며 기다리는 ''를 대비시킵니다.

이별 vs 만남: 당신에게는 이별이 끝이지만, 나에게는 새로운 만남을 위한 기다림이라는 대조적 관점을 제시합니다.

 

상징적 배경 설정

'다세대주택 골목 쓰레기통'이라는 구체적이고 비루한 현실 공간과 '달이 뜨는 밤'이라는 서정적이고 초월적인 시간대를 대비시켜, 누추한 현실 속에서도 잃지 않는 고결한 정신을 시각적으로 형상화했습니다.

이 시는 결국 "세상에 정말 버려져야 할 존재는 없다"는 따뜻한 위로를 우리에게 건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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