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림자의 빛깔(손광은)
가장 고요하게 물들어가는 화선지처럼
발목으로 스며 번지는 화면일 게다
아무리 보아도
끝끝내 껴안아지지 않는 영혼일 게다
만나지도 못하고 떠나지도 못한
먼, 먼 날을, 신바람으로 덧칠하는 물감일 게다
우리 서로 가장 가까이
숨겨 놓은 숨소리같이 가까이 스며들지만
물들지 않는 시간의 무거운 무게일 게다
내가 풍부한 몸부림으로 부르면
장구치고 북치고
하늘치고 북치고
안기어 오는 메아리같이 되돌아오지만,
마음결로 되돌아오는 내 마지막은
눈부신 무슨 빛깔일 게다
▶손광은 시인 약력 (요약)
출생: 1936년 전남 보성 출생. 호는 노정(露丁).
학력: 보성중, 광주 숭일고 졸업. 전남대학교 국문과 및 동 대학원 졸업, 충남대학교 대학원 문학박사.
등단: 1964년 김현승 시인의 추천으로 『현대문학』을 통해 등단.
주요 경력: 전남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현재 명예교수), 전남대 인문과학연구소장, 한국시문학회 회장, 광주문인협회 회장 등 역임.
수상: 전라남도 문화상, 광주예술대상 등 수상.
주요 저서: 시집 『파도의 말』, 『고향 앞에 서서』, 『그림자의 빛깔』, 『내 마음 속에 눈부신 당신』, 『민속의 숨결 신명을 풀어라』 등 다수.
참고: 시인의 시비(詩碑)는 해남 땅끝 토말탑, 보성 애향탑과 다향탑, 화순 주암호 수몰 시비 등에 세워져 있어 그 문학적 발자취를 지역 곳곳에서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손광은 시인의 「그림자의 빛깔」은 눈에 보이지 않는 마음의 심연이나 존재의 본질을 '그림자'라는 매개체로 풀어낸 깊이 있는 시입니다. 이 시를 조금 더 쉽게 이해하실 수 있도록 세 가지 핵심 포인트로 나누어 조언해 드릴게요.
1. '그림자'는 무엇을 의미할까?
일반적으로 그림자는 어둡고 부정적인 이미지로 쓰이지만, 이 시에서 그림자는 '나의 또 다른 자아' 혹은 '내면의 영혼'을 의미합니다.
"껴안아지지 않는 영혼": 내 안에 분명히 존재하지만, 손으로 잡을 수 없고 완전히 파악하기 힘든 내 마음의 깊은 곳을 뜻합니다.
"화선지에 스며드는 물감": 그림자가 나에게서 분리된 것이 아니라, 화선지에 물감이 번지듯 내 삶과 아주 밀착되어 있음을 보여줍니다.
2. '가깝지만 먼' 모순된 관계
시인은 그림자와의 거리를 독특하게 표현합니다.
"가장 가까이 스며들지만 물들지 않는": 내 영혼(그림자)은 나와 가장 가까이 붙어 있지만, 결코 나와 하나로 합쳐지거나 정복되지 않는 독립적인 영역이라는 점을 강조합니다.
우리가 가끔 '내 마음인데 나도 잘 모르겠다'고 느끼는 바로 그 지점을 시적인 언어로 표현한 것이라 이해하시면 좋습니다.
3. 정적인 이미지에서 동적인 신명으로
시의 후반부로 가면 분위기가 반전됩니다.
"장구치고 북치고 하늘치고 북치고": 처음에는 고요하던 그림자가 내가 "몸부림"치며 부를 때 활기차게 반응합니다. 이는 내면의 고통이나 고민을 외면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마주할 때 비로소 삶의 에너지가 생겨남을 의미합니다.
"눈부신 무슨 빛깔": 어두운 줄만 알았던 그림자가 마지막에는 '눈부신 빛깔'로 승화됩니다. 내 내면의 어두움이나 깊은 고민(그림자)을 긍정하고 받아들일 때, 그것이 결국 내 삶을 빛나게 하는 소중한 가치가 된다는 깨달음을 줍니다.
💡 감상을 위한 한 줄 조언
"이 시는 나의 어두운 그림자(내면의 고독이나 본질)조차 결국은 나를 완성하는 눈부신 빛깔의 일부라는 사실을 노래하고 있습니다. 내 마음속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 보라는 시인의 다정한 속삭임으로 읽어보세요."
시를 다시 한번 천천히 읽어보시면서, 본인만이 느끼는 '내 마음의 빛깔'은 어떤 색일지 상상해 보시면 더욱 좋을 것 같습니다.
▶손광은 시인의 시를 쓰는 방법
손광은 시인의 작품 세계와 약력을 토대로 분석해 볼 때, 그가 시를 쓰는 방법은 크게 세 가지 특징적인 조리법을 가지고 있습니다.
1. '소리'를 시적 리듬으로 변환하기
손광은 시인은 절친한 친구인 조상현 국창(판소리 대가)과 교류하며 '소리에 대한 감수성'을 시에 녹여냈습니다.
방법: 단순히 눈에 보이는 것을 묘사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 사물이 내는 마음의 소리를 듣습니다.
적용: 시 「그림자의 빛깔」에서 "장구치고 북치고 하늘치고 북치고" 같은 구절처럼, 시적 화자의 감정이 격양될 때 우리 민족 특유의 판소리 가락이나 역동적인 리듬감을 언어로 표현해 보세요
시인은 (- 일게다) 로 북소리처럼 계속 리듬감을 살려가고 있습니다
2. 향토적 소재를 현대적 감각으로 재구성하기
그는 전남 보성 출신으로 남도의 정서를 누구보다 잘 이해하는 시인입니다. 하지만 단순히 옛것을 그리워하는 '복고주의'에 머물지 않습니다.
방법: '보리타작', '직녀도', '남도 민속' 같은 지극히 한국적이고 토속적인 소재를 가져오되, 그것을 통해 '인간 생명의 근원‘이라는 보편적인 주제를 끌어냅니다.
적용: 주변의 흔한 자연물(잡초, 흙, 물)에서 시작하여 그것이 어떻게 우리의 삶과 연결되는지 철학적으로 깊게 파고들어 보세요.
3. '그림자'에서 '빛깔'을 찾아내는 역설
이 시인의 시 쓰기 핵심은 어두움 속에서 밝음을, 정적인 것에서 동적인 힘을 발견하는 것입니다.
방법: 슬픔이나 고독 같은 어두운 감정을 '그림자'로 상정하되, 그것을 부정하지 않고 화선지에 물감이 스미듯 자연스럽게 받아들입니다.
적용: 고통스러운 상황을 마주했을 때 그것을 "눈부신 무슨 빛깔"이라고 불러보세요. 모순되는 두 단어를 결합하여 그 안에서 새로운 깨달음을 얻는 것이 손광은 시인의 전형적인 사유 방식입니다.
💡 직접 시를 써보시려는 분을 위한 팁
손광은 시인처럼 써보고 싶다면, 오늘 하루 중 '나를 따라다니는 보이지 않는 마음(그림자)' 하나를 골라보세요. 그리고 그것이 나에게 말을 건다면 어떤 '남도 가락' 같은 리듬을 가졌을지 상상하며 첫 문장을 시작해 보시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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