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센베이 과자(박도진)
주기를 좋아하는 손이 따로 있다
불쌍하게도
내 손은 늘 조금 인색한 편이었다
감투와는 먼 생을 살아온 내게
어느 날
아파트 입주자대표라는 이름이 얹혔다
관리소장이 건네는 센베이 봉지에는
지인의 공장에서 막 구워낸
향긋한 냄새가 배겨 있다
바삭거리는 마음들이
몇 번의 손을 거쳐 내게 왔듯
다시 누군가의 책상 위로 흐른다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들 입속에서
사각사각 부서질 것이다
황혼녘의 계단에 서면
손아귀에 남은 것은
부스러기 몇 점과 가벼어진 그림자 뿐
툭, 집어 건네는 손
그 느슨한 마디 사이로 비로소 바람이 통한다
사람들은 말한다
그 비어 있는 손이 가장 뜨겁다고
▶이 시는 하나의 과자 봉지에서 출발하지만, 결국은 손의 윤리와 삶의 태도로 깊이 스며드는 작품입니다. 작은 사물이 큰 깨달음으로 이어지는 구조가 자연스럽고 설득력 있게 펼쳐집니다.
먼저 시의 중심 이미지는 “손”입니다.
이 손은 단순한 신체가 아니라,
주고받음, 인색함과 나눔, 그리고 인생의 방식을 모두 품고 있습니다.
►초반의 고백—
“내 손은 늘 조금 인색한 편이었다”
이 구절은 시 전체를 지탱하는 정직한 출발점입니다.
과장도 미화도 없이, 삶을 돌아보는 담담한 자기 인식이어서
독자의 신뢰를 곧바로 얻습니다.
►중반부에서 등장하는 센베이 과자는 아주 적절한 매개입니다.
이 과자는 단순한 먹거리가 아니라
사람 사이를 몇 번이고 건너가는 온기로 변합니다.
“몇 번의 손을 거쳐 내게 왔듯 / 다시 누군가의 책상 위로 흐른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흐른다’라는 동사입니다.
쥐는 것이 아니라 흐르게 하는 것—
이 시의 철학이 이 한 단어에 응축되어 있습니다.
또한 “바삭거리는 마음”이라는 표현은
감각적이면서도 정서적인 전이를 잘 이룹니다.
►후반부는 이 시의 백미입니다.
“툭, 집어 건네는 손 / 그 느슨한 마디 사이로 비로소 바람이 통한다”
이 구절은 매우 뛰어납니다.
‘느슨한 마디’와 ‘바람’은
집착을 놓을 때 비로소 생기는 자유와 여유를
형상적으로 잘 보여줍니다.
이 시의 핵심 이미지이자 가장 문학적인 순간입니다.
마지막 연 역시 인상적입니다.
“그 비어 있는 손이 가장 뜨겁다고”
비어 있음과 뜨거움의 역설은 좋습니다.
종합적으로 보면
이 시는
구체적 사물(센베이) → 관계 → 삶의 철학으로 확장되는 구조가 안정적이고
자기 성찰의 진정성이 잘 살아 있으며
특히 ‘손’과 ‘흐름’의 이미지가 일관되게 유지된 점이 강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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