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등나무 아래서 (이해인)
잎보다 먼저 피어난
보랏빛 등나무꽃 아래 앉으면
나의 마음도 어느새
보랏빛으로 물이 듭니다.
앞서 가려 하지 않고
옆으로 옆으로만 몸을 비틀어
서로를 감싸 안는 등나무처럼
우리도 그렇게 사랑하며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햇살 아래 출렁이는
그윽한 향기 속에
미움은 녹아내리고
평화만 남는 시간
등나무꽃 아래 서면
누구나 시인이 되고
누구나 기도의 사람이 됩니다.
💡 등나무 꽃의 의미
등나무 꽃의 꽃말은 '환영', '사랑에 취함' 그리고 '결속'이라고 합니다.
▶이미지가 주는 평온하고 따뜻한 느낌에 어울리는 다른 시인들의 작품을 가져와 봤습니다.
등나무 꽃의 시각적인 아름다움과 그 아래에서의 사색을 담은 시들입니다.
1. 등나무 (도종환)
도종환 시인은 등나무가 서로 얽히며 자라는 모습에서 '함께함'의 가치를 발견합니다.
줄기가 굵어지기 위해서는
옆에 있는 이의 몸을 감아야 한다
그리하여 하나가 되기 위해서는
제 몸의 살을 깎으며 감아야 한다
혼자서는 서 있을 수 없어
기댈 곳을 찾아 헤매다 만난
너와 나의 아픈 상처가
꽃이 되어 피어날 때
우리는 비로소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그늘을 만든다
2. 등나무 꽃 (정호승)
정호승 시인은 특유의 서정적인 문체로
등나무 꽃을 '보랏빛 눈물'이나 '기다림'에 비유하곤 합니다.
사랑한다는 것은
등나무처럼 서로 엉키는 것이 아니라
등나무 꽃처럼 서로를 향해
고개를 숙이는 것이다
보랏빛 향기 아래 앉아
말없이 쏟아지는 꽃잎을 맞으며
나는 너를 기다리는 법을 배웠다
3. 등꽃 (나태주)
'풀꽃' 시인으로 유명한 나태주 시인은 등나무 꽃의 화사함을 이렇게 표현했습니다.
하늘에서 보랏빛 비가 내린다
향기로운 비가 내린다
등나무 넝쿨 아래
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
내 몸에선 보랏빛 물이 들고
내 입에선 꽃노래가 나온다
▶ 시 감상 팁
도종환의 시는 서로 의지하며 살아가는 가족이나 연인의 모습이 떠오르고,
정호승의 시는 낮게 내려앉은 꽃송이에서 느껴지는 겸손과 사랑을 말하며,
나태주의 시는 사진 속 풍경처럼 밝고 화사한 봄의 기운을 그대로 전해줍니다.
사진 속의 보랏빛 꽃폭포와 가장 잘 어울린다고 생각되는 시는 어느 쪽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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