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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자작시

청령포에 와서 / 이근배 <자규시에 답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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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령포에 와서 / 이근배

<자규시에 답함>

 

1

물이 우는구나

겹겹의 일월을 퍼내도

마르지 않는 슬픔이 있었구나

흰 옷 입은 어린 상왕

새 되어 토해내던

피 묻은 가락 떨며

온몸으로 젖어 우는구나

뼈 마디마디 꺾으며

쓰러지며 흘러도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는

물이 우는구나.

 

2

낮선 겨울이 지나가고

봄풀이 돋는 청령포

늙은 관음은 팔을 늘여

제궁의 새를 기다린다

막아도 들리는 귀

감아도 보이는 눈

그러나 입은 열리지 않는다

왕조의 검은 화살을 받고

이 외딴 숲에 쫓겨와

가슴 찢던 원통한 새의

못다 한 말을 다 쏟을 수가 없다

 

3

구름으로 떠돌다가

눈비 되어 내렸는가

초립으로 하늘을 가린

숱한 충절들이 엎드려

이끼 낀 금표를 쓸고 있다

귀머거리 하늘을 떠받치고 선

돌탑에 굳은 촉루

춘삼월이 와도

자규는 날아오지 않는다

자규의 울음을 들을 줄 아는

제왕은 돌아오지 않는다.

 

자규(子規): 두견과의 새

 

<질문>

1<늙은 관음은 팔을 늘여 제궁의 새를 기다린다 >의미

2<이끼 낀 금표를 쓸고 있다> 의미

 

<대답>

이근배 시인의 <청령포에 와서 - 자규시에 답함>

조선 제6대 임금이었던 단종이 숙부인 수양대군(세조)에게 왕위를 빼앗기고

유배되었던 슬픈 역사적 현장, '청령포'를 배경으로 한 작품입니다.

 

질문하신 두 구절은

단종의 비극적인 삶과 그를 향한 신하들의 변치 않는 충성심을

감각적으로 시각화한 핵심적인 표현들입니다.

각각의 의미를 알기 쉽게 풀어드릴게요.

 

1. "늙은 관음은 팔을 늘여 제궁의 새를 기다린다"의 의미

이 구절에서 '늙은 관음'은 청령포에 있는 천연기념물,

'관음송(觀音松)'이라는 수령 수백 년 된 소나무를 뜻합니다.

당시 어린 단종이 이 소나무의 갈라진 가지 사이에 걸터앉아서 쉬기도 하고,

한양 쪽을 바라보며 눈물을 흘렸다고 전해집니다.

단종의 비참한 모습을 다 보고() 소리를 들었다()고 해서

'관음송'이라는 이름이 붙었습니다.

 

팔을 늘여: 소나무가 수백 년 동안 길게 뻗어 내린 나뭇가지를 의인화한 표현입니다.

제궁(帝宮)의 새:

'제왕의 궁궐에서 온 새', 즉 왕위에서 쫓겨나 이곳으로 유배 온 어린 단종(상왕)을 비유합니다. (단종이 슬픈 자신의 처지를 노래한 시가 바로 '자규시(子規詩)'인데, 자규는 피를 토하며 운다는 새를 뜻합니다.)

종합적인 의미:

수백 년의 세월이 흘렀음에도, 청령포의 늙은 소나무(관음송)는 여전히 그 자리에 서서 가지()를 길게 뻗은 채, 과거 이곳에서 슬프게 울다 간 어린 단종()의 영혼을 변함없이 기다리고 위로하고자 하는 애틋한 모습을 형상화한 것입니다.

 

2. "이끼 낀 금표를 쓸고 있다"의 의미

'금표(禁標)'는 단종이 유배되어 있던 청령포 구역에

일반인들이 함부로 들어오지 못하도록 동서남북에 세워두었던 '출입 금지 표지석'입니다

오랜 세월이 흘러 지금은 그 표지석에 푸른 이끼가 가득 끼어 있습니다.

초립으로 하늘을 가린 숱한 충절들:

단종을 지키려다 목숨을 잃거나 평생을 숨어 살았던

사육신, 생육신 등 조선의 충신들(그들의 영혼)을 뜻합니다.

 

이끼 낀 금표를 쓸고 있다:

신하들의 영혼이 구름과 눈비가 되어 청령포로 내려와,

단종을 세상과 격리 시켰던 슬픈 상징물인 '금표'

정성스럽게 어루만지고 청소하고 있다는 표현입니다.

<종합적인 의미>

비록 육신은 죽어 영혼이 되었을지언정,

시간이 흘러도 단종을 향한 충성심과 그리움은 변하지 않았음을 보여줍니다.

죽어서도 왕의 유배지를 떠나지 못하고 그 주변을 돌보며,

넋을 기리는 신하들의 눈물겨운 충절과

()을 감각적으로 묘사한 구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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