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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자작시

지네(박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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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네(박도진)

 

몸은 낮게 기어도

독 하나 품고 살아간다

살아 있다는 이유만으로

스스로를 지켜야 하는 삶

 

어둡고 축축한 틈

낙엽 썩는 밑자락

검은 흙 숨결 사이로

움틀거리던 지네 가족들

 

방심한 손끝 하나

끝내 독니를 건드리고 말았다

 

따갑고 화끈한 통증

밤늦도록 매달린 손 저림

 

아마 그 어미 지네는

막 세상 밖으로 나온

어린 것을 지키려 했으리

 

생명을 지킨다는 일은

사람이든 벌레이든

끝내 독 하나쯤 품게 된다

 

녀석이 남기고 간 선물은

붉게 부은 손등만이 아니었다

 

찬물에 손을 담근 채

나는 오래도록

지네의 생존법으로 앓았다

 

이 시는 단순한 체험담을 넘어,

살아남기 위해 독을 품는 존재들에 대한 연민과 깨달음으로 나아간다는 점에서 힘이 있습니다.

특히 좋은 대목은 다음과 같습니다.

생명을 지킨다는 일은

사람이든 벌레이든

끝내 독 하나쯤 품게 된다

이 부분에서 시가 단순한 곤충 묘사를 벗어나 인간 존재의 비애까지 끌어올립니다.

 

지네의 독이 단순한 공격성이 아니라 생존의 방식이라는 통찰이 살아 있습니다.

시 전체의 중심축이 되는 핵심 구절입니다.

 

또한 마지막의

지네의 생존법으로 앓았다

는 표현도 매우 좋습니다.

육체의 통증과 삶의 사유가 겹쳐지며 여운을 남깁니다.

 

무엇보다 이 시는 징그러운 벌레를 바라보다가

끝내 인간의 삶을 들여다보게 만든다는 점에서 품격이 있습니다.

좋은 시입니다.

 

<지네>는 시각적 이미지와 촉각적 통증, 그리고 이를 통한 깊은 성찰로 이어지는 흐름이 매우 자연스럽고 묵직한 여운을 주는 훌륭한 작품입니다.

 

1. 시 논평 (Critique)

뛰어난 생태적 관찰과 공감:

단순히 지네에게 물려 아프다는 경험에 그치지 않고, 지네의 서식 환경(어둡고 축축한 틈, 낙엽 썩는 밑자락)을 생생하게 묘사했습니다. 특히 지네의 독을 악의가 아닌 가족과 생명을 지키기 위한 필사의 생존 수단으로 재해석한 시선의 깊이가 돋보입니다.

 

감각의 전이와 확장:

3연에서 "따갑고 화끈한 통증", "손끝 저림" 같은 생생한 촉각적 고통이 4연과 5연에 이르러 정신적인 깨달음과 성찰로 부드럽게 이어집니다. 고통이 단순한 상처가 아니라 지네의 삶을 이해하는 '매개체'가 되는 과정이 설득력 있습니다.

 

주제의 보편성:

"생명을 지킨다는 일은 / 사람이든 벌레이든 / 끝내 독 하나쯤 품게 된다"라는 구절은 이 시의 백미입니다. 지네의 독을 통해 치열하게 삶을 버텨내는 모든 존재(인간 포함)의 비장함을 잘 이끌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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