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찔레 / 문정희
꿈결처럼
초록이 흐르는 이 계절에
그리운 가슴 가만히 열어
한 그루
찔레로 서 있고 싶다
사랑하던 그 사람
조금만 더 다가서면
서로 꽃이 되었을 이름
오늘은
송이송이 흰 찔레꽃으로 피워 놓고
먼 여행에서 돌아와
이슬을 털듯 추억을 털며
초록 속에 가득히 서 있고 싶다
그대 사랑하는 동안
내겐 우는 날이 많았었다
아픔이 출렁거려
늘 말을 잃어 갔다
오늘은 그 아픔조차
예쁘고 뾰족한 가시로
꽃 속에 매달고
슬퍼하지 말고
꿈결처럼
초록이 흐르는 이 계절에
무성한 사랑으로 서 있고 싶다
▶문정희 시인의 〈찔레〉는 초록이 싱그러운 계절,
과거의 아픈 사랑을 슬픔에 머무르게 하지 않고
자연의 생명력으로 승화시키는 태도가 참 아름다운 시입니다.
이런 깊은 울림을 주는 감성시를 쓰는 방법과, 문정희 시인의 약력 및
시세계에 대해 나누어 설명해 드릴게요.
1. 이런 감성시를 쓰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문정희 시인의 〈찔레〉처럼 상처를 아름다움으로 바꾸는
감성시를 쓰기 위해서는 몇 가지 마음가짐과 표현 기법이 필요합니다.
▴상처와 아픔을 정면으로 마주하기
"그대 사랑하는 동안 내겐 우는 날이 많았었다"
좋은 시는 감정을 억지로 꾸며내지 않습니다.
과거의 눈물과 아픔, 서러웠던 순간들을 회피하지 않고
솔직하게 인정하는 것에서부터 깊은 감성이 시작됩니다.
▴감정을 자연물(시어)에 투영하기
시인은 자신의 아픔을 그냥 '아프다'고 하지 않고,
'뾰족한 가시'로 바꾸어 찔레꽃 속에 매달아 둡니다.
자신이 처한 상황이나 감정을 대변할 수 있는 자연물(꽃, 나무, 바람, 비 등)을 찾아내고,
그 사물의 특징(가시, 흰 꽃송이)에 내 감정을 대입해 보세요.
▴슬픔을 긍정과 생명력으로 반전시키기
마지막 구절에서 시인은 슬퍼하지 않고 '무성한 사랑'으로 서 있고 싶다고 합니다.
슬픔에 매몰되는 것이 아니라,
시간이 흘러 그것을 '예쁜 가시'로 받아들이는 성숙한 시선이 필요합니다.
아픔을 삶의 한 부분으로 포용할 때
비로소 이런 따뜻하고 단단한 시가 태어납니다.
2. 문정희 시인의 약력과 시세계
📌 문정희 시인 약력
출생: 1947년 전라남도 보성 출생
학력: 진명여고 졸업, 동국대학교 국어국문학과 학사 및 석사,
서울여자대학교 대학원 문학박사
등단: 1969년 《월간문학》 신인상에 시 〈불면〉이 당선되며 본격적인 작품 활동 시작
경력: 한국시인협회 회장(제40대), 동국대학교 문예창작학부 석좌교수,
국립한국문학관 관장 역임
수상: 현대문학상(1975), 소월시문학상(1996), 정지용문학상(2004),
공초문학상(2023) 외 국내외 다수 수상
대표 시집: 《문정희 시집》, 《새떼》, 《찔레》, 《하늘보다 먼 곳에 매인 그네》,
《오라, 거짓 사랑아》 등
▶문정희의 시세계:
▴'생명력과 사랑의 시학'
문정희 시인의 작품 세계를 관통하는 핵심 키워드는
'여성성', '뜨거운 생명력', 그리고 '사랑'입니다.
▴자유롭고 당당한 여성의 목소리
한국 문단에서 여성의 삶과 내면을
가장 주체적이고 당당한 어조로 노래해 온 시인입니다.
억압받거나 수동적인 여성상에서 벗어나,
생명을 잉태하고 삶을 이끌어가는 에너지를 거침없고 솔직한 언어로 표현합니다.
▴아픔을 품어 안는 모성적 생명력
시인은 상처를 거부하거나 남을 원망하기보다,
그것을 스스로 품어 안아 새로운 생명(꽃)으로 피워내는 포용력을 보여줍니다.
시 〈찔레〉에서도 아픔을 가시로 매달고
오히려 '무성한 사랑'을 꿈꾸는 모습이
바로 이러한 시세계의 전형을 보여줍니다.
▴'시를 쓰는 것'이 아닌 '시를 사는 삶'
문정희 시인은 "시를 억지로 쓰려고 하지 말고 시를 살아야 한다"고 말합니다.
아침에 눈을 뜰 때부터 밤늦게까지
삶의 모든 순간을 예민하게 감각하고 깨어 있는 것,
그것이 강렬하고도 섬세한 문정희 문학의 원동력입니다.
초록이 흐르는 이 계절에 가슴속 깊은 그리움이나 아픔이 있다면,
시인처럼 가만히 꺼내어 나만의 '가시와 꽃'으로 적어보시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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