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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자작시

졸업반 (김남주) (2026년 신춘문예 경향신문 당선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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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반 (김남주)

<2026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시 당선작>

 

우리는 술에 취해 무궁화

무궁화 흙바닥에 선을 죽 그어놓고

꽃이 피었습니다

내가 술래,

무궁화는커녕 나무 하나 없는 운동장에서

너희들은 내게 다가온다 한 발 두 발

시치미를 떼며

나는 노래를 부른다 전주도 후렴도 없는 첫 소절이 마지막 소절인

그러니까 반복해서 불러야 해 노래가 끝나지 않도록

놀이가 끝나지 않도록 한 소절이 노래의 전부가 되지 않도록

노래보다는 구호에 가까운 한 문장을

 

우리는 집에 들어가지 않는다

집 안에는 우리가 없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등 뒤의 인기척

무엇인가 오고 있다

손가락과 손가락이 끊어지는 서늘함

 

우리들은 달린다

우리가 그어놓은 출발선을 향해

저기서부터 출발이야,

몇 번이고 뒤를 돌아보는

 

울지 마 울지 마 우리를 괴롭히는 사람들을 모두 혼내주자

그게 설령 우리를 낳아준 사람이라도

이 도시는 깨끗해서 외롭고

무엇인가 오고 있어

쉴 틈 없이 쏟아지는 재난 경보 문자들

일기예보처럼 읽어내는 재난 말고

 

고개를 돌릴 때마다 선명해지는

나를 웃기기 위한 해괴한 표정과 자세 말고

뒷덜미에 울리는 숨소리

과장된 웃음소리

오고 있어, 무궁하고 무진하고 꽃 같은 것들이

 

김남주

 

1995년 출생

계명대 문예창작학과 졸업

명지대 문예창작학과 석사 졸업

 

 

김남주 시인의 <졸업반>2026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당선작으로, 현대 청춘들이 마주한 불안과 고립감, 그리고 시대적 공포를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라는 익숙한 놀이의 형식을 빌려 감각적으로 그려낸 작품입니다.

 

1. 시 설명 및 논평

📌 시 작품 설명

이 시는 대학 졸업이나 사회 진출을 앞둔 '졸업반' 세대의 황량한 내면 풍경을 담고 있습니다.

반복되는 놀이와 유예된 시간: 시 속 화자들은 "집에 들어가지 않는다"고 말하며, 나무 한 그루 없는 황량한 운동장에서 끝없는 놀이를 반복합니다. 이는 안정적인 사회()로 진입하지 못하고 청춘의 끝자락에서 방황하는 이들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노래를 끊임없이 반복하는 행위는 냉혹한 현실(놀이의 끝)을 늦추고 싶은 유예의 몸짓입니다.

 

일상화된 재난과 공포: 시의 후반부에는 "재난 경보 문자", "뒷덜미에 울리는 숨소리" 등이 등장합니다. 기후위기, 경제적 불안, 사회적 고립 등 현대 세대를 압박하는 실체 없는 두려움이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의 술래가 다가오는 섬뜩한 분위기와 절묘하게 겹쳐집니다.

 

연대와 슬픔: "울지 마 울지 마 (...) 그게 설령 우리를 낳아준 사람이라도"라는 구절은 기성세대가 구축한 세계에 대한 원망과, 그 속에서 서로를 위로할 수밖에 없는 청년들만의 쓸쓸한 연대의식을 드러냅니다.

 

논평 (비평)

"천진한 놀이의 공간을 서늘한 생존의 전쟁터로 전치(轉置)시킨 수작"

김남주의 <졸업반>은 고전적인 청춘의 낭만을 거부합니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라는 친숙하고 천진난만한 아이들의 놀이는, 이 시에 이르러 탈출구 없는 청춘들의 잔혹한 생존 게임으로 변모합니다.

이 시의 가장 뛰어난 점은 감정의 과잉 없이 시대를 포착하는 감각에 있습니다. "이 도시는 깨끗해서 외롭고"라거나 "일기예보처럼 읽어내는 재난" 같은 구절은, 현대 사회의 고도화된 시스템 속에서 개인이 느끼는 소외감을 날카롭게 찔러냅니다. 술래가 다가오는 순간의 "서늘함"을 청년 세대가 느끼는 미래에 대한 불안으로 치환한 비유적 연결이 매우 매끄럽고 강렬합니다.

끝내 "무궁하고 무진하고 꽃 같은 것들이" 오고 있다고 외치는 마지막 문장은 반어적입니다. 아름다워야 할 '꽃 같은 것들'이 다가오는 공포로 다가오는 이 비극성은, 현재를 살아가는 '졸업반'들이 마주한 시대적 공기를 가장 잘 대변하고 있습니다.

 

2. 신춘문예 시 부문 당선 조건

신춘문예는 매년 새해 첫날 각 일간지를 통해 발표되는 한국 문단의 가장 권위 있는 등용문입니다. 심사위원들이 수천 편의 응모작 중 단 한 편(혹은 두 편)의 당선작을 고르는 기준은 대략 다음과 같습니다.

개성적인 시선과 고유한 목소리 (독창성)

남들과 똑같은 대상을 보더라도 자신만의 독특한 관점으로 해석해내는 능력이 중요합니다.

상투적인 감정(단순한 슬픔, 그리움, 분노 등)을 그대로 노출하기보다, 자신만의 감각적인 언어로 치환할 줄 알아야 합니다. <졸업반> 역시 청춘의 불안을 '놀이''재난 문자'라는 독창적인 방식으로 엮어냈기에 당선될 수 있었습니다.

 

시대 정신과 문제의식

문학은 시대를 비추는 거울입니다. 지금 이 시대(현재)를 살아가는 인간의 조건, 사회적 아픔, 혹은 현대인이 느끼는 본질적인 소외감을 예리하게 포착한 작품이 높은 점수를 받습니다.

 

탄탄한 문장력과 구성의 완결성

단순히 좋은 아이디어나 감정을 나열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시 한 편이 기승전결(혹은 그에 준하는 흐름)을 갖추어 하나의 완벽한 구조물처럼 짜여 있어야 합니다.

첫 문장부터 마지막 문장까지 긴장감을 유지하는 행간의 제어 능력이 필수적입니다.

 

신인 다운 패기와 가능성

기성 시인들의 스타일을 완벽하게 흉내 낸 세련된 시보다는, 다소 거칠더라도 새로운 문학적 영토를 개척하려는 도전적인 시를 선호합니다. 신춘문예는 완벽한 기성 작가를 뽑는 자리가 아니라, '앞으로 문단을 뒤흔들 신인'을 뽑는 자리이기 때문입니다.

 

응모 규정 준수 (기본 조건)

어디에도 발표되지 않은 순수 창작물이어야 합니다. (블로그, SNS, 평생교육원 시집 등에 게재된 경우 당선 취소 사유가 됨)

보통 시 부문은 3편에서 5편 이상을 한 번에 투고해야 하며, 전체적인 작품의 평균 수준(투고 작가로서의 역량)도 함께 평가받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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