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풍경 달다 (정호승)
운주사 와불님을 뵙고
돌아오는 길에
그대 가슴의 처마 끝에
풍경을 달고 돌아왔다
먼 데서 바람 불어와
풍경 소리 들리면
보고 싶은 내 마음이
찾아간 줄 알아라
정호승 시인의 **〈풍경 달다〉**는 2014년 겨울, 교보문고 광화문글판에 게시되어 수많은 시민의 발걸음을 멈추게 하고 따뜻한 위로를 건넨 명시입니다. 당시 글판에는
시의 후반부인 " 먼 데서 바람 불어와 풍경 소리 들리면 보고 싶은 내 마음이 찾아간 줄 알아라" 라는 문구가 실렸습니다.
▶이 시가 광화문글판에 선정될 만큼 뛰어난 시적 우수성을 지닌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1. 일상적 소재를 통한 깊은 서정성의 구현
시인은 불교적 색채를 띤 '운주사 와불'과 사찰의 '풍경(風磬)'이라는 전통적이고 정적인 소재를 가져와,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그리움'과 '사랑'이라는 보편적인 인간의 감정으로 승화시켰습니다. 딱딱하고 종교적일 수 있는 소재가 시인의 시선을 거치면서 지극히 부드럽고 따뜻한 서정시로 탈바꿈합니다.
2. 기발하고 아름다운 시적 상상력
"그대 가슴의 처마 끝에 / 풍경을 달고 돌아왔다"
내 마음을 상대방에게 강요하거나 직접적으로 고백하는 대신,
'그대 가슴의 처마 끝에 풍경을 달아두었다'고 표현하는 대목은
이 시의 백미입니다.
보이지 않는 마음의 움직임을 '처마 끝의 풍경'이라는 시각적·공간적 이미지로 구체화하여,
내 그리움이 상대방의 마음에 조용히 머무르고 있음을 감각적으로 전달합니다.
3. 자연 현상과 감정의 완벽한 결합 (시·청각적 심상)
"먼 데서 바람 불어와 풍경 소리 들리면 / 보고 싶은 내 마음이 찾아간 줄 알아라"
바람이 불어 풍경이 흔들리는 자연스러운 현상을
'내 그리움이 당신에게 닿아 내는 소리'로 연결 지었습니다.
바람은 그리움을 배달하는 매개체가 되고,
풍경 소리는 눈에 보이지 않는 마음을 청각화한 소통의 신호가 됩니다.
내가 직접 찾아가지 못하더라도, 바람결에 들리는 작은 소리 하나에
내 마음을 담아 보낸다는 이 애틋한 발상은 독자에게 깊은 울림을 줍니다.
4. 광화문글판으로서의 공익적·치유적 가치
광화문글판은 바쁜 도심 속을 걷는 현대인들에게 짧은 순간 위로를 건네는 역할을 합니다.
이 시는 '소통의 부재'와 '외로움'을 겪는 현대인들에게
"당신이 혼자라고 느낄 때, 어딘가에서 바람이 분다면 그것은 누군가 당신을 간절히 그리워하고 응원하는 마음"이라는 메시지로 치유의 힘을 발휘했습니다.
요약하자면, 정호승의 〈풍경 달다〉는 간결하면서도 절제된 언어 속에 시·청각적 심상을 완벽히 조화시켜, 인간 본연의 그리움을 가장 아름답고 따뜻하게 표현한 명시이기에 광화문글판을 거쳐 간 수많은 시 중에서도 으뜸으로 손꼽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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