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봄(반칠환)
저 요리사 솜씨 좀 보게
누가 저걸 냉동 재룐 줄 알겠나
푸릇푸릇한 저 싹도
울긋불긋한 저 꽃도
꽝꽝 언 냉장고에서 꺼낸 것이라네.
아른아른 김조차 나지 않는가
[시-감동 창출법 5가지] <권감하시인>
감동창출 시 창작원리: 전환. 감각화. 은유상징. 여백. 긴장
어떻게 하면 감동적인 시를 창작할 수
있을까 하는 문제입니다.
우리는 흔히 이렇게 생각을 하죠.
슬픈 이야기를 쓰면 또는 아픈 기억을 꺼내면
또는 감정을 많이 드러내면 시적
감동도 커질 것이라고 생각을 하죠.
정말 그럴까요?
그렇지가 않습니다.
감동은 감정의 양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시의 구조와 설계에서 온다는 사실을 알아야 합니다.
시가 독자의 마음을 울리는 순간은
눈물이 펑펑 쏟아지는 그런 장면 때문이 아닙니다.
독자가 예상하던 어떤 정세의 흐름이
어느 순간 살짝 비켜나가는 전환에서 찾아오는 것입니다.
그런 전환이 이루어지려면
언어와 이미지, 여백, 상징이 서로
따로 나오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호흡처럼 맞물려야 한다는 점인데요.
오늘 강의에서는 그 보이지 않는
설계도
즉 감동의 구조가 무엇인지를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감동은 어디에서 생길까요?
우리는 시를 읽을 때
자신도 모르게 어떤 예상되는 흐름을
생각하게 되고 그것을 따라가게 됩니다.
시의 흐름이 어느 한 행위나 또는 어느 한 단어에서
아주 스무스하게 방향을 틀어 버리면 어떻게 될까요?
독자의 감정은 그 순간 툭하고
돌부리에 발이 걸리듯 멈칫하게 되죠.
바로 그 멈칫는 그 낙차에서 감동이 발생합니다.
이 정서적 낙차를 만들어 주는 기술이
바로 감동을 창출하는 어 다음의 다섯가지입니다.
그 첫째는 감동의 핵심 엔진이라고 할 수 있는 반전입니다.
전환의 미학이죠.
둘째는 감각의 구체화 즉 보이지 않는 감정을 보이게 하는 기술입니다.
셋째는 은유와 상징의 도약인데요. 즉 사물이 세계를 품게 만드는 힘을 만드는 것입니다.
네째는 압축과 여백으로 말하지 않은 자리에서 일어나는 감동입니다.
다섯째는 첫 행과 마지막 행의 긴장 구조 형성입니다.
즉 시 전체가 감동으로 수렴되는 구조를 짜는 방식이죠.
그럼이 다섯 가지 원리를 실제 시
작품과 함께 하나씩 살펴보겠습니다.
먼저 가장 중요한 원리로 감동의 핵 엔진인 반전 즉 전환의 미학 구사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반전과 전환이 왜 감동을 만들까요?
독자는 시를 읽는 동안 자신만의 다음 장면을 계속 그리고 생각하게 된다고 말씀을 드렸죠.
이 슬픔이 계속 이어지겠구나
또는 끝까지 풍경을 그리고 마무리하겠지 라거나
계속 객관적인 묘사로 가겠지 하는 그런 것입니다.
이런 정서적인 흐름을 타고 가다가 어느 지점에서
그 흐름이 부드럽게 비겨 나가면
독자의 마음 속에서 갑자기 낙차가 생깁니다.
그 정서의 낙차가 바로 감동의 자리입니다.
여러분 개그맨들의 개그를 생각하시면
쉽게 이해가 될 건데요.
개그맨의 이야기를 듣다가
어느 멘트에서 웃음이 터져 나오는 그런 때가 있죠.
그게 바로 반전의 시점입니다.
중요한 것은 시에서 반전이 꼭
거대한 반전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감동은 큰 폭발에서만 오는 것이
아니라 아주 작은 방향의 전환에서도 충분히 생겨나는다는 것입니다.
▴김춘수 시인의 꽃도 같은 구조를 갖고 있죠.
앞부분에서시는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라고 말합니다.
장면은 관계가 시작이 되는 순간을 보여주고 있죠. 이름을 부름으로써
익명의 존재가 꽃이 되는 의미가 탄생합니다.
그런데 갑자기 이렇게에 뒤집습니다.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지금까지 이름을 부르던 사람이었던
화자가 마지막에 불리는 사람으로 바뀌게 되죠.
주는 자에서 받는 자로.
이름을 부르던 주체가 이름을 기다리는 존재로 바뀌는 것이죠.
이 순간 시의 중심축이 뒤집혀서 독자를 향해 돌아옵니다.
그래서 독자는 스스로 묻게 되겠죠.
나는 누군가의 이름을 불러주는 존재인가?
아니면 나 역시
이름을 불러 달라고 기다리는 존재인가?
이렇게
관계의 화살 방향이 바뀌는 순간
정서적인 파동, 즉 감동이 일어나는 것입니다.
▴나태주 시인의 풀꽃도 다르지가 않습니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앞에 두 줄만 보면 그냥 관찰의
태도에 관한 이야기처럼 보입니다.
어떤 대상이든 차분히 오래 바라보라는 것이죠.
그런데 마지막 한 줄에서 전환이 일어납니다.
너도 그렇다.
마지막에 갑자기 너가 등장합니다.
풀꽃에서 너로, 사물에서 존재로 바뀌고 있죠.
독자는 시속에 네가 누구일까를
생각하다가 어느 순간 그 자리에 자기
자신을 포겨 보게 되는 것입니다.
이러한 시적 전환는 어 주제를 바꾸는 것이 아니고
시선의 방향을 바꾸는 것이라는 점입니다.
조용한 시선에 이동해서 감동이 탄생합니다.
▶감동 창출의 두 번째 원리는 감각의 구체화입니다.
즉 보이지 않는 감정을 보이게 하는 기술이죠.
감각화가 왜 중요할까요?
시에서 감동이 잘 생기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시인이 추상으로 감정을 말해 버리기 때문입니다.
슬프다, 외롭다, 힘들다, 고독하다
이런 말들은 모두 의미로 이해가 잘 됩니다.
하지만 느껴지지는 않죠.
추상은 머리로는 알겠는데 뭔가 마음이
먼저 반응하지를 않습니다.
감동은 그러기 때문에 이해가 아니라
체감에서 시작된다는 점을 알아야 합니다.
다시 말해서 시는 보이지 않는 감정을
눈앞에 보이는 것, 들리는 것,
만져지는 것으로 바꾸어야 합니다.
왜냐하면 시는 감정을 직접 말한게 아니라 그 감정을 닮은 형상을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감동의 원리의 두 번째는
감각의 구체화인데요.이를 요약하면 추상이 감각으로 바뀌는 순간
감정은 설명이 아니라 경험이 되고 그 경험이 감동이 되는 것입니다.
▶감동 창출의 세 번째 원리는 은유와 상징의 도약
즉 사물이 세계를 품게 만드는 힘을 구성하는 기법입니다.
은유를 문장을 예쁘게 꾸미는 기법
정도로 이해하게 되는게 많은데
좋은 은유는 단순한 장식이 아닙니다.
은유의 진짜 목적은
작은 사물의 세계 전체를 담는 것입니다.
사물 하나의 전혀 다른 차원의 의미를 심는 순간
그 사물은 단순한 물건이 아니라 삶 전체를 비추는 거울이 되는 것입니다.
봄(반칠환)
저 요리사 솜씨 좀 보게
누가 저걸 냉동 재룐 줄 알겠나
푸릇푸릇한 저 싹도
울긋불긋한 저 꽃도
꽝꽝 언 냉장고에서 꺼낸 것이라네.
아른아른 김조차 나지 않는가
여기서 보면 계절이 아니라 요리사입니다.
겨울의 땅속에 얼어 있던 것들이
어느날 갑자기 녹아서 초록의 싹과
알록달록한 꽃으로 우리 앞에
올라오는 이 장면을
냉장고에서 꺼낸 재료처럼 비유하고 있죠.
그리고 아지랑이는
김처럼 피오르는 것으로 상상할 수가 있습니다.
이때 일어나는 시적 변환 전환 변환은 이렇습니다.
자연이 요리라는 인간의 행위로 바뀌게 되죠.
또 날씨 변화는 창조 행위로 바뀌고
계절에 바뀐 생명이 다시 태어나는
기적으로 의미가 부여됩니다.
이렇게 작은 은유 하나가 봄이라는
개념 전체를 다시 보게 만들고 있죠.
독자는 이런 순간에 전율을 느끼게
됩니다. 그 전율이 바로 감동인 것이죠.
▶감동 창출법 네째는 압축과 여백입니다. 즉 말하지 않는 자리에서
일어나는 감동 창출 방법이죠.
시는 말하는 예술이 아니라 생략의 예술이라고 합니다.
산문은 설명을 충분히 할 수 있지만
시는 그렇지가 않죠.
시는 모든 것을 다 말하지 않고 가장
핵심만 남기고 나머지는 비워두는 전략을 취합니다.
그리고 바로 그 비어 있는 자리 즉
여백에서 독자의 상상과 해석이 시작이 됩니다.
왜 그럴까요 시는 감정을 직접으로 말하지
않고 그 감정을 둘러싼
상황과 장면만 보여 주었기 때문입니다.
나머지는 독자가 자기 경험과 상상으로 채우게 되죠.
이렇게 여백은 독자를 시의 공동 창작자로 만듭니다.
그래서 설명이 적을수록
여백이 깊을수록
감동은 오히려 더 크게 울리게 되는 것입니다.
▶시창작에서 감동 창출 원리 그 다섯째는
첫 행과 마지막 행의 긴장 구조 형성입니다.
시 전체가 감동으로 수렴되는 구조를 짜는 그런 방식이죠.
좋은 시는 처음과 끝이 서로 끌어 당깁니다.
좋은 시를 읽다 보면
첫 줄에서 던진 말이 마지막 줄에서
전혀 다른 빛으로 되돌아오는 경험을
하게 되는데요.
이 두 지점 사이에서
보이지 않는 줄 하나가 팽팽하게
당겨져 있는 거 같은 예. 그것이 바로 시의 긴장 구조입니다.
윤동주 시의 서시를 보면
시의 앞부분은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점 부끄러움이 없기를
이 구절은 평생의 서원을 열어 놓은 그런 문장이죠.
여기서 시의 문이 활짝 열립니다.
중간에는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일상의 아주 작은 바람에도 괴로워했던
시의 섬세한 양심과 고해가 등장을 하죠.
시의 심장이 뛰기 시작하는
부분입니다.
그리고 마지막에
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온다.
처음에 서원과 마지막에 별빛이 한 호흡으로 만나서
개인의 고백이 우주적 이미지로 확장되는 것입니다.
시작은 나의 결심에서 시작해서
별과 바람이라는 거대한 세계로 아우르고 있죠.
이 둘 사이의 긴장이 시 전체를 감동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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