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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자작시

수의(壽衣) (정호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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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의(壽衣) (정호승)

 

내 수의를 내가 입기로 했다

평소에 내 옷을 내가 입었듯이

수의도 나 스스로 입기로 했다

도대체 남이 입혀주는 것은

마음에 들지도 않고 믿을 수가 없다

평소 즐겨 입던 감색 양복에

검붉은 넥타이를 단정히 매면

수의를 입는 데에 큰 불편함은 없을 것이다

만일 평소 입던 양복을 입지 못하고

안동포로 만든 수의를 입어야 한다면

나는 수의를 두번 이상 입기로 했다

수의를 두번 입는 사람은 없지만

누구나 일생에 오직 단 한번만 입지만

애써 마련한 수의를 단 한번만 입는다면

그 비싼 옷이 너무 아깝지 않은가

수의도 주머니가 달린 수의를 입을 것이다

원래 수의에는 주머니가 없지만

그동안 내가 받은 사랑을

양쪽 주머니에 듬뿍 넣어 갈 것이다

내가 용서하지 못한 용서는 물론이고

나를 용서해야 할 사람이

용서하지 못한 용서도 넣어 갈 것이다

 

정호승 시인의 수의(壽衣)는 죽음이라는 무겁고 엄숙한 소재를 정호승 특유의 따뜻하고도 명징한 시선으로 풀어낸 수작입니다. 죽음을 '준비'하는 태도를 통해 역설적으로 삶의 본질과 화해를 노래하고 있죠.

 

1. 시 논평: 죽음의 의복에 담긴 '삶의 미련''용서'

이 시의 가장 큰 매력은 주체성과 파격에 있습니다.

 

주체적인 죽음: 전통적으로 수의는 남이 입혀주는 수동적인 옷입니다. 하지만 화자는 "내가 입기로 했다"고 선언합니다. 이는 자신의 죽음마저도 삶의 연장선으로 보며, 마지막 순간까지 자기 삶의 주인으로 남겠다는 의지의 표현입니다.

 

일상성과 실용성: 비싼 안동포 대신 평소 입던 '감색 양복'을 수의로 택하는 대목에서 죽음은 공포의 대상이 아닌, 외출 준비와 같은 일상이 됩니다. "아깝지 않은가"라는 표현은 죽음 앞에서도 잃지 않는 인간적인 해학과 소박함을 보여줍니다.

 

주머니의 철학: "수의에는 주머니가 없다"는 통념을 깹니다. 보통 빈손으로 가는 것이 죽음이라지만, 시인은 사랑과 용서를 담아가기 위해 주머니를 고집합니다. 이는 물질적 욕망을 버리는 대신, 정신적 가치(사랑, 용서)만은 끝까지 책임지고 가져가겠다는 아름다운 탐욕입니다.

 

2. 이 시의 시작법(詩作法):

정호승 시인의 이 시를 통해 우리가 배울 수 있는 시 쓰기 기법은 크게 세 가지입니다.

통념 뒤집기 (역발상)

시의 출발점은 "왜 수의에는 주머니가 없을까?" 혹은 "왜 수의는 남이 입혀줘야 할까?"라는 의문입니다. 당연하다고 믿는 관습에 의문을 던지는 순간 시적 상상력이 시작됩니다.

적용: 당연한 진리(: 이별은 슬프다, 겨울은 춥다)를 반대로 가정해 보세요.

 

일상적 소재에 의미 부여하기

수의라는 특별한 옷을 '감색 양복'이나 '넥타이' 같은 일상 언어로 끌어내렸습니다. 어려운 관념어(생사, 열반, 허무 등)를 쓰지 않고도 죽음의 깊이를 전달합니다.

적용: 거창한 주제일수록 우리 주변의 구체적인 사물(주머니, 양복)을 빌려 표현하세요.

 

''의 고백체 사용

"~하기로 했다"는 단정적인 어조를 반복함으로써 독자에게 강한 신뢰감과 몰입감을 줍니다. 마치 옆에서 유언을 듣는 듯한 현장감을 형성합니다.

적용: 관찰자 시점보다는 화자의 단호한 의지를 담은 고백형 문장을 활용해 보세요.

 

감정의 시각화 (추상적 관념의 구체화)

'사랑''용서'는 눈에 보이지 않습니다. 하지만 시인은 이를 '주머니에 넣는 행위'를 통해

시각적으로 보여줍니다.

적용: "나는 그를 용서했다"라고 쓰지 말고, "그가 준 상처를 봉투에 담아 우체통에 넣었다"는 식으로 행동이나 사물로 묘사하세요.

 

[요약]

이 시는 '수의'라는 비극적 소재를 '주머니'라는 일상적 소품으로 변주하여, 삶의 마지막 순간에 우리가 가져가야 할 진정한 가치가 무엇인지를 성찰하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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