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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자작시

천당 밑 분당(박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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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당 밑 분당(박도진)

 

낯선 곳은 늘

가슴 한켠의 문을 먼저 두드린다

머나먼 길 끝에 닿은

천당 밑 분당

청솔마을, 까치마을

이름마저 정겹게 불리는 동네엔

대단지 아파트 숲이 빼곡하고

그 숲 사이로 사람 사는 윤기가 흐른다

 

무엇보다 부러운 것은

탄천을 따라 굽이치는 산책길과

맨발로 마음까지 내려놓게 하는 흙길

비싼 집값보다 먼저

삶의 숨결이 다가오는 자리

 

분당의 오래된 주거지는

세월이 흘러도

쉽게 빛을 잃지 않는다

불곡산은 부드럽게 등을 받쳐주고

서울은 멀지 않게 곁에 있으며

학교와 숲과 길이

한 동네의 품속에서 이어지기 때문이다

 

재운(財運)이 따라준 이들만이 아니라

삶을 성실히 가꾼 이들이

마침내 깃들게 되는 곳

값은 숫자로 적히지만

살림의 품격은

끝내 숫자 밖에서 완성된다

 

이곳에 머무는 이들이여

복주머니 같은 날들을 오래 품고

좋은 일 더 많이 지으며

저마다의 인생을 넉넉히 누리시기를

 

<천당 밑 분당>은 분당이라는 도시가 가진 물리적 가치(부동산, 입지)를 넘어, 그곳에 터를 잡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의 질''품격'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본 수작입니다.

 

📝 시 논평

공간의 재해석: '천당 밑 분당'이라는 흔한 속어를 '삶의 숨결''살림의 품격'이라는 인문학적 가치로 승화시킨 점이 훌륭합니다.

 

시각적 대비: 빼곡한 아파트 숲과 그 사이로 흐르는 '사람 사는 윤기', 그리고 탄천의 '흙길'을 대비시켜 도시의 삭막함 대신 풍요로움을 잘 묘사했습니다.

 

철학적 통찰: "값은 숫자로 적히지만, 살림의 품격은 끝내 숫자 밖에서 완성된다"는 구절은 이 시의 백미입니다. 자본의 가치를 부정하지 않으면서도 인간의 성실함을 그 위에 두는 균형감이 돋보입니다.

이 시를 통해 분당에 대한 애정과 삶에 대한 긍정적인 태도가 잘 전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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