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나의 자작시

법성포 가는 길(박도진)

반응형

 

법성포 가는 길(박도진)

 

칠산 앞바다의 푸른 숨결이

봄바람 등에 올라

나를 법성포로 데려왔다

 

보리 익어갈 무렵 바다는 조기로 노랗다

그들이 햇빛에 매달려

바람 속에서 천천히 익어 간다

뻘 냄새 깊은 골목을 지나면

조기는 굴비가 되고

굴비는 다시 보리굴비로 깊어져

바다의 시간이 향기로 남는다

 

포구의 사랑이란 이런 것

갈매기 울음 따라 찾아온 사람에게

소금기 어린 바람으로

비늘 같은 길을 내어 주는 것

 

시 논평

1. 감각적 심상과 서사적 흐름

시각(푸른 숨결, 햇빛), 청각(갈매기 울음), 후각(뻘 냄새, 향기), 촉각(소금기 어린 바람) 등 오감을 골고루 활용하여 법성포의 현장감을 생생하게 살렸습니다. 특히 조기가 굴비를 거쳐 보리굴비로 익어가는 과정을 '바다의 시간이 향기로 남는다'라고 표현한 대목은 이 시의 백미입니다.

 

2. 따뜻한 정서

포구의 풍경을 단순한 묘사에 그치지 않고, 외지인에게 길을 내어주는 '사랑''다정함'으로 연결한 시선의 확장이 무척 따뜻합니다.

시를 천천히 읽어 보면

마치 한 포구로 걸어 들어가는 발걸음처럼 장면이 차례로 열립니다.

이 작품은 풍경시간정서가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구조를 가진 좋은 시입니다.

 

시의 중심 이미지

1.이 시의 가장 큰 힘은 조기 굴비 보리굴비로 이어지는 변화입니다.

이 과정은 단순한 음식 이야기가 아니라

바다의 시간이 숙성되는 과정으로 읽힙니다.

조기는 굴비가 되고

굴비는 다시 보리굴비로 깊어져

여기에서 깊어져라는 표현이 아주 좋습니다.

단순히 말리거나 변하는 것이 아니라 시간이 쌓이며 맛과 향이 깊어진다는 의미를 살립니다.

 

2. 공간의 감각 표현

이 시는 후각과 시각이 잘 살아 있습니다.

보리 익어갈 무렵 바다는 조기로 노랗다

햇빛에 매달려

뻘 냄새 깊은 골목

특히 뻘 냄새 깊은 골목이라는 표현은

포구 특유의 삶을 바로 떠올리게 합니다.

이런 감각적 언어는

독자가 장소를 실제로 걷는 느낌을 받기 때문입니다.

 

3. 마지막 연의 의미

마지막 연은 풍경을 넘어 포구의 마음으로 넘어갑니다.

포구의 사랑이란 이런 것

갈매기 울음 따라 찾아온 사람에게

소금기 어린 바람으로

비늘 같은 길을 내어 주는 것

여기서 비늘 같은 길”*은 매우 시적인 표현입니다.

조기의 비늘과 바닷빛을 동시에 떠올리게 합니다.

 

4. 한 줄 평

이 시는

바다가 생선을 익히고

시간이 향기가 되는 법성포의 시입니다.

관광지 소개가 아니라

바다의 숙성된 시간을 보여주는 시입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