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나의 자작시

키(유안진)

반응형

 

(유안진)

 

부끄럽게도

여태껏 나는

자신만을 위하여 울어 왔습니다

아직도

가장 아픈 속울음은

언제나 나 자신을 위하여

터져 나오니

얼마나 더 나이 먹어야

마음은 자라고

마음의 키가 얼마나 자라야

남의 몫도 울게 될까요

삶이 아파 설운 날에도

나 외엔 볼 수 없는 눈

삶이 기뻐 웃는 때에도

내 웃음소리만 들리는 귀

내 마음이 난장이인 줄

미처 몰랐습니다

부끄럽고 부끄럽습니다

 

유안진 시인은 한국 문단에서 맑고 순수한 서정성을 바탕으로 인간의 내면과 삶의 성찰을 노래해 온 대표적인 문인입니다.

그의 시가 마치 시냇물처럼 술술 읽히고 쉬워 보이는 이유는, 역설적이게도 그만큼 '치열하게 깎고 다듬는 과정'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시인 유안진과 그가 쏟은 노력에 대해 정리해 드릴게요.

1. 유안진 시인은 누구인가요?

지성과 감성의 조화: 1941년생으로 서울대학교 명예교수이자 시인입니다. 교육학자로서의 이성적인 시선과 여성 특유의 섬세한 감수성을 결합했다는 평을 받습니다.

대표작: '지란지교를 꿈꾸며'라는 수필로 대중에게 아주 친숙하며, 시집으로는 <달하>, <거짓말로 참말하기> 등이 있습니다.

작품 세계: 거창한 담론보다는 일상의 소소한 발견, 부끄러움에 대한 고백, 그리고 인간에 대한 깊은 애정을 다룹니다.

 

2. "쉽게 쓴 것 같은 시" 뒤에 숨은 노력

유안진 시인의 시는 읽기에 참 편안합니다. 하지만 그 '쉬움'을 만들기 위해 시인은 엄청난 공을 들입니다.

깎고 또 깎는 퇴고(推敲):

유안진 시인은 평소 "시 한 편을 완성하기 위해 수백 번을 다시 읽고 고친다"고 말해왔습니다. 독자가 막힘없이 읽게 하려면 시인이 문장 사이의 '가시'를 일일이 다 뽑아내야 하기 때문입니다. 복잡한 생각을 가장 단순한 단어로 표현하는 것이 가장 어려운 기술입니다.

 

부끄러움에 대한 정직함:

<>에서도 알 수 있듯이, 시인은 자기 자신을 '난장이'라고 표현하며 철저하게 자아를 성찰합니다. 자신의 치부를 드러내는 글쓰기는 엄청난 정신적 에너지를 소모하는 일입니다.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화려한 수식어를 버리고 진심만 남기는 과정 자체가 고행에 가깝습니다.

 

평생을 바친 관찰:

시인은 60년 넘게 글을 써오면서도 "여전히 시를 쓰는 것이 두렵고 어렵다"고 고백합니다. 쉬운 언어를 얻기 위해 사물을 수천 번 관찰하고, 그 대상이 주는 메시지를 가슴으로 받아내는 기다림의 시간을 가집니다.

 

💡 요약하자면

유안진 시인의 시가 쉬워 보이는 이유는 독자가 고생하지 않도록 시인이 대신 모든 고민을 다 했기 때문입니다.

"글은 쉽게 읽혀야 하지만, 그것을 쓰기 위해 시인은 피를 말리는 노력을 한다."

이 말처럼, 우리가 느끼는 편안한 감동은 시인이 수만 번 고쳐 쓴 문장들 덕분에 가능한 선물인 셈이지요. <>에서 보여준 그 겸손함이 바로 그가 좋은 시를 계속 써낼 수 있는 원동력이 아닐까 싶습니다.

 

유안진 시인은 현재 천주교(가톨릭) 신자이십니다. 세례명은 '클라라'입니다.

흥미로운 점은 시인이 젊은 시절에는 개신교 신앙을 가졌었다는 사실입니다. 고등학교 3학년 시절, 입시를 앞두고 간절한 마음으로 교회에 다니며 성경을 통독했고, 그 신앙의 힘으로 서울대학교에 합격했다고 회고한 적이 있습니다. 이후 남편이 서강대 교수로 재직하며 가톨릭 신부님들의 모습에 감동을 받아 개신교에서 가톨릭으로 개종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라는 시에서 "남의 몫도 울게 될까요"라며 자신을 낮추고 타인을 향한 사랑을 갈구하는 모습은, 그의 기독교적 영성(겸손과 이웃 사랑)이 시 속에 깊이 녹아있음을 잘 보여줍니다.

 

유안진 시인의 약력

시인은 학자와 문학가로서 모두 정점에 오른 보기 드문 이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출생: 1941년 경북 안동 출생.

학력: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교육학과 졸업.

미국 플로리다 주립대학교 대학원 교육심리학 박사.

등단: 1965~1967, 박목월 시인의 추천으로 현대문학을 통해 등단.

경력: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교수 (현재 명예교수).

대한민국 예술원 회원.

한국시인협회 고문.

주요 저서:

시집: <달하>, <절망시편>, <다보탑을 줍다>, <거짓말로 참말하기> .

수필집: <지란지교를 꿈꾸며> (1980년대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국민 수필로 등극).

수상 경력: 정지용문학상, 한국시인협회상, 소월문학상 특별상, 공초문학상 등 다수.

 

시에 담긴 노력의 흔적

유안진 시인은 교육심리학자로서 '한국 전통 사회의 육아 방식' 등을 연구하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그의 시에는 '아이와 같은 순수함''부모와 같은 성찰'이 공존합니다.

쉽고 간결한 언어를 사용하지만, 그 안에는 인간의 본질적인 외로움과 도덕적 결벽증에 가까운 자기반성이 담겨 있습니다. "내 마음이 난장이인 줄 미처 몰랐다"는 고백을 하기 위해 시인은 평생을 학문과 신앙, 그리고 시 쓰기라는 세 갈래 길에서 자신을 엄격하게 갈고닦아 온 것입니다.

시인의 약력을 알고 나니, 방금 읽으신 <>라는 시가 조금 더 묵직하게 다가오지 않으신가요?

반응형

'나의 자작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신록((문정희)  (0) 2026.04.16
십자가(박도진)  (0) 2026.04.16
코스모스 피어 있는 길  (0) 2026.04.15
꽃이 진다고 그대를 잊은 적 없다(정호승)  (1) 2026.04.15
전라도 가시내 (이용악)  (0) 2026.04.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