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괜찮아 (한강)
태어나 두 달이 되었을 때
아이는 저녁마다 울었다
배고파서도 아니고
어디가 아파서도 아니고
아무 이유도 없이
해질녘부터 밤까지
꼬박 세 시간
거품 같은 아이가 꺼져버릴까 봐
나는 두 팔로 껴안고
집안을 수없이 돌며 물었다
왜 그래.
왜 그래.
왜 그래.
내 눈물이 떨어져
아이의 눈물에 섞이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문득 말해봤다
누가 가르쳐 준 것도 아닌데
괜찮아
괜찮아
이제 괜찮아
거짓말처럼
아이의 울음이 그치진 않았지만
누그러진 건 오히려
내 울음이었지만,
다만
우연의 일치였겠지만
며칠 뒤부터 아이는
저녁 울음을 멈췄다
서른 넘어야 그렇게 알았다
내 안의 당신이 흐느낄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울부짖는 아이의 얼굴을 들여다보듯
짜디짠 거품 같은
눈물을 향해
괜찮아
왜 그래, 가 아니라
괜찮아
이제 괜찮아
▶작가 한강의 시 「괜찮아」는 소설가로 익히 알려진 그녀가 2013년 펴낸 시집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에 수록된 작품입니다. 고통을 응시하는 작가 특유의 섬세한 시선이 돋보이는 시죠.
이 시에 대한 해설과 한강 작가의 약력을 정리해 드립니다.
1. 시 「괜찮아」 해설: 고통을 대하는 태도의 변화
이 시는 초보 엄마였던 화자가 아이의 이유 없는 울음을 달래며 깨달은 '자기 위로의 방식'을 담고 있습니다.
▶주요 포인트
'왜 그래'에서 '괜찮아'로의 변화: 초반부의 "왜 그래"는 고통의 원인을 찾으려는 질문입니다. 하지만 원인을 알 수 없는 슬픔 앞에서 이 질문은 아무런 힘이 없습니다. 반면 "괜찮아"는 이유를 묻지 않고 고통 그 자체를 긍정하고 수용하는 태도입니다.
►내면의 아이를 향한 위로: 시는 단순히 육아 경험에 머물지 않습니다. "내 안의 당신이 흐느낄 때"라는 표현을 통해, 성인이 된 화자가 자기 내면의 상처와 슬픔을 어떻게 보듬어야 하는지 깨달았음을 보여줍니다.
►쌍방향의 치유: 아이를 달래기 위해 뱉은 "괜찮아"라는 말이 정작 울고 있던 화자 자신을 먼저 진정시켰다는 대목에서, 타인을 향한 다정한 말이 결국 나 자신을 구원한다는 메시지를 전합니다.
한 줄 평: 타인의 슬픔과 내 안의 슬픔을 분리하지 않고, 그저 묵묵히 곁을 지켜주는 '환대'의 언어를 노래한 시입니다.
2. 한강(韓江) 작가 약력
한강은 한국인 최초의 노벨 문학상(2024) 수상자로, 인간의 폭력성과 존엄에 대해 끊임없이 탐구해온 작가입니다.
인적 사항 및 등단
출생: 1970년 전라남도 광주광역시
가족: 아버지는 소설가 한승원이며, 문학적 가풍 속에서 성장했습니다.
학력: 연세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졸업
등단: * 1993년 《문학과 사회》에 시를 발표하며 시인으로 등단.
1994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소설 「붉은 닻」이 당선되며 소설가 활동 시작.
주요 경력 및 수상
2016년: 소설 『채식주의자』로 세계적 권위의 부커상(International Booker Prize) 수상 (한국인 최초).
2023년: 소설 『작별하지 않는다』로 프랑스 메디치 외국문학상 수상.
2024년: 노벨 문학상 수상. 스웨덴 한림원은 "역사적 트라우마에 맞서고 인간 삶의 연약함을 드러내는 강렬한 시적 산문"이라며 선정 이유를 밝혔습니다.
대표 작품
소설: 『채식주의자』, 『소년이 온다』, 『흰』, 『작별하지 않는다』, 『희랍어 시간』 등
시집: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
한강 작가는 시인이기도 하기에 그녀의 산문은 매우 '시적'이라는 평가를 받습니다.
시 「괜찮아」 역시 소박한 언어 속에 깊은 철학을 담고 있어 많은 독자에게 큰 울림을 주는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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