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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자작시

바람의 말 (마종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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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말 (마종기)

 

우리가 모두 떠난 뒤

내 영혼이 당신 옆을 스치면

설마라도 봄 나뭇가지 흔드는

바람이라고 생각지는 마

나 오늘 그대 알았던

땅 그림자 한 모서리에

꽃나무 하나 심어 놓으려니

그 나무 자라서 꽃 피우면

우리가 알아서 얻은 모든 괴로움이

꽃잎 되어서 날아가 버릴 거야

꽃잎 되어서 날아가 버린다

참을 수 없게 아득하고 헛된 일이지만

어쩌면 세상 모든 일을

지척의 자로만 재고 살 건가

가끔 바람 부는 쪽으로 귀 기울이면

착한 당신, 피곤해져도 잊지 마

아득하게 멀리서 오는 바람의 말을

 

마종기 시인의 바람의 말은 사후(死後)의 이별까지도 따뜻한 시선으로 감싸 안는 서정적인 작품입니다. 시의 내용과 시인의 약력을 정리해 드릴게요.

1. 바람의 말해설

이 시는 사랑하는 사람을 남겨두고 떠난 이(화자)가 남겨진 이에게 전하는 위로의 메시지입니다.

떠남 이후의 연결: 내가 죽어 영혼이 되었을 때, 당신 곁을 스치는 바람을 단순한 자연 현상으로 보지 말고 나의 '영혼'이자 ''로 느껴달라고 당부합니다.

슬픔의 승화: 우리가 살면서 겪은 '괴로움'을 꽃나무로 심어, 그 꽃잎이 날아가듯 고통도 함께 날려 보내고 싶어 하는 간절한 소망이 담겨 있습니다.

지척의 자를 버리는 삶: 세상을 너무 계산적이고 엄격한 잣대(지척의 자)로만 보지 말고, 때로는 보이지 않는 마음의 소리나 먼 곳의 바람 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여유를 가지라는 위로를 건넵니다.

한 줄 평: 이별의 슬픔을 원망이 아닌, 보이지 않는 존재로서 끝까지 곁을 지키겠다는 '헌신적 사랑'으로 그려낸 시입니다.

2. 마종기 시인 약력

마종기(馬鍾基) 시인은 한국 문단에서 매우 독특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의사 시인'입니다.

주요 이력

출생: 1939년 일본 도쿄 출생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졸업)

등단: 1959현대문학에 박두진 시인의 추천으로 등단.

의료 활동: 1966년 미국으로 건너가 오하이오 주립대 병원 등에서 방사선과 의사로 평생 근무하며, 미국 의대 교수를 지내기도 했습니다.

문학 활동: 타국에서 의사로서 바쁜 삶을 살면서도 모국어에 대한 그리움을 시로 승화시켰습니다. 소설가 황순원의 아들인 황동규 시인, 정현종 시인 등과 교류하며 한국 서정시의 품격을 높였습니다.

시의 특징

그리움과 향수: 오랜 외국 생활로 인한 고국과 모국어에 대한 깊은 그리움이 기저에 깔려 있습니다.

생명 존중: 의사라는 직업적 배경 덕분에 생명에 대한 경외심과 인간의 본질적인 고통을 따뜻하게 어루만지는 시가 많습니다.

절제된 언어: 감정을 과하게 쏟아내기보다 맑고 투명한 언어로 슬픔을 정화하는 스타일입니다.

주요 저서

시집: 조용한 개선, 안 보이는 사랑의 나라, 그 나라 하늘빛, 모여서 사는 광야.

산문집: 아름다운 방황, 마흔 명의 아들.

이 시는 특히 "세상 모든 일을 지척의 자로만 재고 살 건가"라는 구절이 많은 이들에게 깊은 울림을 주어, 지친 현대인들에게 큰 위로가 되는 시로 자주 손꼽힙니다.

 

마종기 시인의 시 기법은 한마디로 '절제된 서정성과 의학적 인술(仁術)의 만남'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는 화려한 수사법보다는 진실한 고백과 따뜻한 시선으로 독자의 마음을 움직입니다.

바람의 말을 중심으로 그의 주요 기법적 특징을 4가지로 정리해 드립니다.

 

1. 관념의 구체화 (이미지즘)

그는 '사랑', '그리움', '고통' 같은 추상적인 관념을 눈에 보이는 사물로 바꾸어 표현하는 데 탁월합니다.

예시: 이 시에서 화자는 자신의 영혼을 '바람'으로, 삶의 괴로움을 '꽃잎'으로 형상화합니다.

효과: 막연한 슬픔이 아니라, 바람이 살랑이고 꽃잎이 날아가는 구체적인 풍경을 제시함으로써 독자가 시의 정서를 시각적으로 체험하게 합니다.

 

2. '낮은 목소리'의 어조 (평이한 일상어)

마종기 시인은 난해한 한자어나 복잡한 은유를 피하고,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쉬운 일상어를 사용합니다.

특징: 마치 곁에서 조용히 이야기하는 듯한 독백체 혹은 대화체를 사용합니다.

효과: "착한 당신, 피곤해져도 잊지 마"와 같은 구절은 시적 권위를 내세우기보다 친밀한 위로를 건넵니다. 이는 그가 타국에서 '모국어'를 그리워하며 다듬어온 결과이기도 합니다.

 

3. 역설적 수용과 관조

슬픔을 부정하거나 극복하려 애쓰기보다, 그것을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관조적 태도가 기법적으로 나타납니다.

기법: "아득하고 헛된 일이지만"이라며 허무를 인정하면서도, "지척의 자로만 재고 살 건가"라며 그 허무마저 포용하는 역설적 논리를 폅니다.

의학적 배경: 죽음과 고통을 일상적으로 대하는 의사로서의 경험이 시에 투영되어, 비극을 담담하고 숭고하게 승화시키는 독특한 분위기를 만듭니다.

 

4. 여백과 생략의 미학

그의 시는 감정을 끝까지 쏟아내지 않고 멈추는 지점을 잘 압니다.

특징: 이 시의 마지막 구절인 "아득하게 멀리서 오는 바람의 말을"은 문장이 종결되지 않고 열린 채로 끝납니다.

효과: 독자로 하여금 그 '바람의 말'이 무엇일지 스스로 상상하게 만드는 여백의 효과를 줍니다. 독자의 참여를 유도하며 긴 여운을 남기는 기법입니다.

 

정리하자면

마종기의 시 기법은 '따뜻한 휴머니즘을 담은 간결한 언어'입니다. 그는 언어의 기교를 부리기보다 마음의 온도를 전달하는 데 집중하며, 이를 통해 고통스러운 현실을 부드럽게 감싸 안습니다.

이런 기법들이 어우러져, 그의 시는 읽는 이로 하여금 "상처받은 영혼이 치유받는 느낌"을 받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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