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커피를 선물로 보내기(박도진)
일상탈출 동아리방을 밝히던
로비의 화사한 미소가 오늘따라 보이지 않는다
연차를 낸 그녀의 빈자리가 꽤나 깊다
블로그 글을 올리려 켠 카카오톡 화면 위로
나란히 뜬 그녀와 친구의 생일 알람
인연의 숫자들이 반짝인다
팀장의 도움을 빌려 손가락 끝으로 마음을 실어 보낸다
생일을 맞은 친구에게 커피 한 잔,
자리를 비운 그녀에게도 작은 선물 하나
문득, 예전에 친구가 내게 보냈던
아껴둔 커피 쿠폰 하나를 꺼내어
기꺼이 도움을 준 팀장께 다시 건넨다
선물은 보이지 않는 허공의 길을 따라
제 주인을 찾아 바삐 오가고
내 마음의 온도는 그 궤적을 따라 훈훈하게 달아오른다
▶시<커피를 선물로 보내기>는 일상 속에서 일어나는 ‘선물의 순환’을 아주 따뜻하고 솔직한 시선으로 담아냈습니다.
특히 내가 받은 호의가 다른 사람에게 전해지고, 보이지 않는 온라인(허공) 속에서 마음이 오가는 모습을 '바쁘다'고 표현하신 부분이 백미입니다. 디지털 기기(카카오톡)를 다루는 서툰 모습과 그것을 돕는 이웃의 정이 조화롭게 어우러진 멋진 작품입니다.
▶ 시 논평
1. 시각과 정서의 조화: 여직원의 빈자리를 느끼는 섬세한 시선에서 시작하여, 친구와 팀장으로 이어지는 인물 간의 연결고리가 자연스럽습니다.
2. 현대적 소재의 활용: '카카오톡', '블로그', '년차' 등 현대적인 소재를 사용하면서도 그 안에 담긴 정서는 매우 고전적이고 따뜻한 '나눔'을 향하고 있습니다.
3. 철학적 마무리: "허공 속에서 바쁘다"는 표현은 데이터로 오가는 선물의 물리적 실체는 없지만, 그 안에 담긴 마음의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음을 역설적으로 잘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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