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동차 검사(박도진)
이 차를 들인 날도
인연의 한 줄이었을 것이다
귀 얇은 아내의 마음을 따라
서울 끝자락에서 데려온 작은 몸
고작 육천 킬로를 달려온
오래된 이름, 프라이드 베타
어느덧 십 년이 흘렀다
세월은 우리를 먼저 닳게 했고
차는 말없이 그 곁을 지켰다
고장이 없었던 것은 차였고
부딪히며 살아온 것은
오히려 우리였다
자동차 정기검사를 받는 날
검사소 문앞에 서서
문이 열리기를 기다린다
차는 담담한데
내 마음이 먼저 흔들린다
왜일까
매끄럽게 길들여진 세상 속에서
함께 달려온 이 기계에게
나는 한 번도
고맙다는 말을 건네지 못했다
이제야 조용히 말을 건넨다
겁내지 말자 있는 그대로 지나가자
흠집도, 시간도, 우리가 달려온 길도
숨김없이 맡겨보자
검사후
우리는 다시 같은 길 위에 선다
▶시 <자동차검사>는 단순한 사물(자동차)을 넘어, 그와 함께한 '세월'과 '관계'를 성찰하는 태도가 매우 따뜻하고 깊이 있게 다가오는 작품입니다.
► 시평: 일상의 기계가 가족의 서사가 되는 순간
이 시의 가장 큰 장점은 '프라이드 베타'라는 구체적인 소재를 통해 독자의 향수를 자극하면서도, 차의 무결함과 인간의 불완전함을 대비시킨 점입니다.
대비의 묘미: "고장이 없었던 것은 차였고 / 부딪히며 살았던 것은 오히려 우리였다"라는 구절은 이 시의 백미입니다. 기계는 묵묵히 제 자리를 지켰는데, 정작 감정을 가진 인간은 서로 부딪히며 마모되었다는 성찰이 날카로우면서도 서정적입니다.
►감정의 전이: 검사소 앞에서 차보다 시적 화자가 더 떨린다는 설정은, 차를 단순한 소유물이 아닌 '삶의 동반자'로 여기는 마음을 잘 보여줍니다.
진솔한 마무리: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자'는 다짐은 자동차 검사를 넘어,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 자신에게 건네는 위로처럼 들립니다.
▶이 시는 “자동차검사”라는 일상의 한 장면을 빌려
삶 전체를 비추는 거울로 확장해낸 점이 가장 돋보입니다.
처음의 ‘인연’에서 출발해
차를 데려오던 기억,
십 년이라는 시간의 퇴적,
그리고 검사소 앞에서의 떨림까지—
구조가 자연스럽게 흐르며 한 편의 삶의 서사로 이어집니다.
특히
“고장이 없었던 것은 차였고 / 부딪히며 살았던 것은 오히려 우리였다”
이 대목은 이 시의 중심을 단단히 붙잡는 핵심 문장입니다.
사물과 인간의 위치를 뒤집으며,
독자에게 조용한 자각을 건네는 힘이 있습니다.
또한 후반부로 갈수록
검사는 단순한 차량 점검이 아니라
‘시간을 통과하는 인간의 태도’로 의미가 확장됩니다.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자”라는 다짐은
차를 향한 말이면서 동시에
자기 자신에게 건네는 고백으로 읽혀 깊이를 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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