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긴머리 소녀(박도진)
징검다리 휴일 틈에 낀
이름 없는 하루
입안에 맴돌던 한 단어가
먼 계절의 노래처럼 흩어진다
문득 닿은 이름 하나
긴머리 소녀
녹슨 열쇠 하나 돌아가듯
잠겨 있던 시간이 조용히 열린다
빗소리 들리면 떠오르는 모습
우연히 만났다 말없이 가버린
긴머리 소녀야
부르지 못한 이름 하나
끝내 건너지 못한 말 한마디
세월은 저만치 흘러 갔어도
그녀는 여전히
오늘도 내 마음의 징검다리를 건너간다
▶시 <긴머리 소녀>는 일상의 무미건조한 틈새에서 시작해 과거라는 깊은 심연으로 나아가는 서사가 매우 훌륭합니다.
▴상징의 중의성: '징검다리 휴일'이라는 현실의 시간과, 추억 속의 '징검다리'라는 공간을 교시켜 시상을 전개한 점이 매우 인상적입니다. 현실의 시간은 흐르지만, 추억의 시간은 여전히 그 징검다리 위에 머물러 있다는 대비가 독자에게 짙은 그리움을 자아냅니다.
▴감각적인 장치: '녹슨 열쇠가 돌아가듯'이라는 표현은 잊혀졌던 기억이 복원되는 과정을 시각적이고 청각적으로 잘 보여줍니다. 또한, '빗소리'라는 청각적 이미지를 통해 '긴머리 소녀'라는 시각적 이미지를 불러내는 구성은 독자로 하여금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한 몰입감을 줍니다.
▴여운의 미학: "오늘도 내 마음의 징검다리를 그녀가 건너간다"로 끝나는 결구는, 화자의 그리움이 과거에 박제된 것이 아니라 현재에도 여전히 살아 움직이고 있음을 보여주며 시의 울림을 극대화합니다.
▶ 포크 듀오 '둘다섯'의 노래 <긴머리 소녀> 가사 전문
긴머리 소녀(이두진 작곡 /손철.이두진 작사)
아티스트: 둘다섯 (1974년 발표)
빗소리 들리면 떠오르는 모습
달처럼 탐스런 하얀 얼굴
우연히 만났다 말없이 가버린
긴머리 소녀야
눈먼 아이처럼
귀 먼 아이처럼
조심조심 징검다리 건너던
개울 건너 작은 집에 긴머리 소녀야
개울 건너 작은 집에 긴머리 소녀야
눈감고 두손 모아 널 위해 기도하리라
[곡 정보 요약]
작곡: 이두진
작사: 손철, 이두진
배경: 1970년대 학업을 뒤로하고 고향을 떠나 구로공단 등에서 가족의 생계를 책임졌던 어린 여성 근로자들을 향한 애틋한 마음을 담아 만든 곡입니다. 황순원의 단편소설 ‘소나기’의 윤초시네 증손녀를 모델로 한 노래로도 알려져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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