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심순덕)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하루 종일 밭에서 죽어라 힘들게 일해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찬밥 한 덩이로 대충 부뚜막에 앉아 점심을 때워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한겨울 냇물에 맨손으로 빨래를 방망이질해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배부르다 생각 없다 식구들 다 먹이고 굶어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발뒤꿈치 다 헤져 이불이 소리를 내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손톱이 깎을 수조차 없이 닳고 문드러져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아버지가 화내고 자식들이 속썩여도 전혀 끄떡없는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외할머니 보고 싶다
외할머니 보고 싶다, 그것이 그냥 넋두리인 줄만 —
한밤중 자다 깨어 방구석에서 한없이 소리 죽여 울던
엄마를 본 후로는
아!
엄마는 그러면 안 되는 것이었습니다
▶심순덕 시인의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는 읽는 이의 가슴을 먹먹하게 만드는 한국의 대표적인 현대시입니다. 자식의 시선에서 뒤늦게 깨달은 어머니의 희생과 사랑을 담담하면서도 날카롭게 그려내고 있죠.
1. 시의 설명 및 작법(기법)
이 시는 어머니의 무조건적인 희생을 당연하게 여겼던 자식의 회한(悔恨)과 성찰을 다루고 있습니다.
주요 기법 및 특징
▴반복법과 점층법: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라는 구절을 반복하여 사용합니다. 처음에는 일상적인 고생으로 시작해, 신체적인 훼손(발뒤꿈치, 손톱)과 정서적 아픔으로 고조되며 독자의 감정을 서서히 끌어올립니다.
▴역설적 표현: 제목과 반복되는 문장 자체가 역설입니다. 실제로는 '그러면 안 되는' 일들이지만, 자식의 무지와 당연시했던 태도를 강조하기 위해 '그래도 되는 줄 알았다'고 표현하여 슬픔을 극대화합니다.
▴시각적·촉각적 심상: '맨손으로 빨래', '발뒤꿈치 다 헤져 이불이 소리를 내도', '문드러진 손톱' 등 구체적이고 감각적인 묘사를 통해 어머니의 고된 삶을 사실적으로 형상화했습니다.
▴반전의 구조: 시의 마지막 부분에서 '소리 죽여 울던 엄마'를 발견하며 화자의 인식이 완전히 바뀝니다. "아! 엄마는 그러면 안 되는 것이었습니다"라는 단정적 어조의 결말은 깊은 울림과 반성을 이끌어냅니다.
2. 심순덕 시인의 약력 및 시 세계
▴시인 약력
출생: 1960년 강원도 평창 출생.
등단: 2004년 시집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를 출간하며 이름을 널리 알렸습니다.
배경: 평범한 주부로 살아가다 뒤늦게 시를 쓰기 시작한 '늦깎이 시인'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 시는 그녀가 어머니를 여읜 후,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과 미안함을 담아 쓴 글이 온라인을 통해 퍼지면서 전국적인 사랑을 받게 되었습니다.
▶심순덕 시인의 시 세계
▴일상의 언어: 난해한 비유나 상징보다는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쉽고 소박한 일상의 언어를 사용합니다.
▴가족애와 모성: 심순덕 시인의 시 세계를 관통하는 핵심 키워드는 '가족'과 '어머니'*입니다. 가장 가까운 존재이기에 오히려 소홀했던 가족 간의 사랑과 미안함을 진솔하게 풀어냅니다.
▴향토적 서정: 강원도 출신답게 시골의 정경이나 소박한 삶의 모습이 담긴 향토적인 정서가 밑바탕에 깔려 있습니다.
▴치유의 문학: 화려한 기교보다는 진심을 담은 고백을 통해 독자들의 상처를 어루만지고, 잊고 살았던 소중한 가치를 일깨워주는 '치유'의 성격을 띱니다.
Tip: 이 시는 연극, 낭송 대회, 효도 관련 행사에서 단골로 등장할 만큼 대중적인 인지도가 높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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