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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나비(박도진)
나비처럼 훨훨 날아
막힘없이 가는 길
사람들은 행운이라 불렀다
행운은 바람같은 여인이라
언제나 곁에
머물러 주지는 않았다
비가 오면 멈추고
눈이 오면 쉬어 가며
무너지지 않고 걸었다
아직 남은 길이 있었으므로
푸른 잎이 단풍 들고
끝내 땅에 내려앉듯
계절은 우리 인생살이를 닮아
오고 가는 법을 가르쳐 주었다
끝내 걸어가야 할 길
문득 뒤돌아보니
저 하얀 나비 하나
조심조심
내 그림자를 밟으며 따라오고 있었다.
▶ 시 '하얀 나비'는 인생의 굴곡과 '행운'이라는 추상적인 관념을 시각적 이미지로 잘 형상화한 작품입니다.
📋 작품 논평
▴행운에 대한 역설적 정의: 행운을 단순히 '막힘없는 길'로 정의했다가,
곧이어 '바람난 사람처럼 곁에 머물지 않는 것'으로 비유한 지점이 탁월합니다.
행운의 변덕스러움과 유한성을 날카롭게 포착했습니다.
▴인내와 여정의 묘사: 눈비를 맞으면서도 무너지지 않고 걸어가는 모습은
행운이 떠난 자리를 메우는 것이 결국 '의지'와 '삶의 연속성'임을 보여줍니다.
▴수미상관적 여운: 처음에 앞서 날아가던 나비(행운)가, 마지막에는 지친 화자의 뒤를 '조심조심' 따라오는 존재로 변화합니다. 이는 행운이 목표가 아닌, 묵묵히 삶을 버텨온 자에게 주어지는 위로이자 동반자임을 암시하며 깊은 여운을 남깁니다.
이 시의 백미는 마지막입니다.
“내 그림자를 밟으며”가 참 좋습니다. 행운이 앞에서 끌어주는 것이 아니라, 뒤에서 조용히 따라오는 느낌이라 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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