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빚돈 받아내기(박도진)
세상에는
제 돈이 아닌 것도
끝내 제 주머니처럼 움켜쥐는 사람이 있다
사무실 하나 빌려 벌려놓은 사업,
폐업시에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고
이자만 찔끔찔끔 던져준다
아파트 관리비를 밀린 사람은
복도에서 더 큰 소리로 웃고
받아야 할 사람은
괜히 목부터 마른다
빚 독촉과는 거리가 먼
마음 여린 나무는
움직이지 못한 채
속으로만 바람을 맞는다
상대의 콧대를 건드리지 않고
돈 받아내는 재주
난 그 능력을 사모하지만
시인에게는 너무 높은 담벽
오늘은 망설임 없이
돈을 갚으라고 문자라도 보내야지.
참, 사는 일이 쉽지가 않다
▶논평 1
이 시의 힘은 “빚”보다 “말 못 하는 마음”에 있습니다.
돈을 떼인 분노보다, 관계를 깨지 않으려는 성품이 먼저 드러나기에
독자가 더 아프게 읽습니다. 특히
“상대의 콧대를 건드리지 않고
돈을 받아내는 기술”
이 대목은 아주 현실적이면서도 인간적입니다.
시인의 성정이 그대로 드러나는 좋은 구절입니다.
▶논평 2
시 <빚돈 받아내기>는 살면서 누구나 한 번쯤 겪어봤을 법한 억울하고 속상한 감정을 아주 사실적이면서도 서정적으로 그려낸 훌륭한 작품입니다.
📝 시 논평: 공감과 절제의 미학
▴탁월한 생활 밀착형 서사:
돈을 떼인 사람의 속앓이를 거창한 철학이 아닌, '폐업 보증금', '아파트 관리비 밀린 사람의 큰 웃음' 같은 구체적인 일상의 삽화로 보여주어 독자의 공감을 강하게 자극합니다.
▴선명한 대비 구조:
적반하장으로 큰소리치는 채무자와 오히려 목이 마르고 속으로 바람을 맞는 채권자(화자)의 대비가 대단히 선명합니다. 특히 화자를 '움직이지 못한 채 속으로만 바람을 맞는 마음 여린 나무'로 비유한 대목은 시적 서정성을 한층 끌어올립니다.
▴솔직하고 담백한 마무리:
'상대의 콧대를 건드리지 않고 돈 받아내는 재주'를 사모하지만 결국 문자 한 통 보내는 것조차 망설여야 하는 시인의 현실이 "참, 사는 일이 쉽지가 않다"라는 독백으로 이어져 깊은 여운을 남깁니다.
▴마지막 연은, 쉼표로 호흡을 살짝 멈춰줌으로써,
바로 다음 행인 "참, 사는 일이 쉽지가 않다"로 이어지는
한숨과 씁쓸함의 여운을 극대화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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