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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자작시

붉은 사과 (박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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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사과 (박도진)

 

우등생이 먹던 붉은 사과는

언제나 맛있어 보였다

 

인터넷 세상

고유가 피해 지원금이 낯설어

길 잃은 사람들이 있다

어려운 글을 한자로 읽어도

내 삶으로 들어온

붉은 사과는 달콤하지 않았다

 

아파트 소장도

둘째 아들 사돈댁도

받지 못한다는 야구공만한 사과가

내게 먼저 굴러왔다

 

이 녀석만은 있는자 보다, 배운자 보다

늘 낮은 곳을 먼저 찾는다

 

이 녀석을 앞세우고

시장에서 싱싱한 세발 낙지를 사야지

도마 위에 잘게 다져

허약한 아내 밥상에 올려야지

병든 소도 일으킨다고 하니까

 

그제야

내가 받은 붉은 사과에도

늦은 단맛이 깊게 배어들겠지

 

박도진의 시 <붉은 사과>

사회적 정책(고유가 피해 지원금)이라는 다소 딱딱할 수 있는 현실적 소재를, ‘

붉은 사과라는 문학적 상징과

가족을 향한 따뜻한 서사로 훌륭하게 녹여낸 수작입니다.

이 시에 대한 비평적 논평을 몇 가지 핵심 지점으로 나누어 전해드립니다.

 

1. 상징의 반전과 입체적인 확장

이 시의 가장 큰 미덕은

붉은 사과라는 시어의 의미가 변화하는 과정에 있습니다.

초반부:

붉은 사과는 '우등생(기득권, 배운 자)'의 전유물이자,

나와는 거리가 먼 '부러움의 대상'입니다.

정보 소외 계층에게 복잡한 지원금 제도는

마치 한자로 된 어려운 글처럼 낯설고 씁쓸할 뿐입니다.

 

중반부~종결부:

하지만 이 지원금(붉은 사과)이 사회적 약자에게 먼저 도착하면서

상징의 반전이 일어납니다.

늘 소외당하던 이가 처음으로 '우선순위'가 되는 경이로운 경험을 시각화한 것입니다.

 

2. '낮은 곳'을 향한 시선의 따뜻함

이 녀석만은 있는자 보다, 배운자 보다 / 늘 낮은 곳을 먼저 찾는다

이 구절은 시인이 가진 사회를 향한 따뜻한 시선과 위로가 집약된 대목입니다.

세상의 모든 좋은 것은 늘 높고 유식한 곳으로 먼저 흘러가지만,

복지 정책의 본질만큼은 가장 낮은 곳을 향해야 한다는 당위성을 담담하면서도

묵직하게 긍정하고 있습니다.

 

3. 구체적 삶(세발낙지)을 통한 서사의 완성

지원금을 받고 단순히 '기쁘다'에서 멈췄다면 평이한 시가 되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시인은 이 지원금을 통해

아픈 아내를 위해 세발낙지를 사는 행위로 이야기를 확장합니다.

죽은 소도 일으킨다는 낙지를 다져 아내의 밥상에 올리겠다는 다짐은,

국가의 지원금이 한 개인의 가정에서 어떻게

'사랑과 치유의 에너지'로 환원되는지를 생생하게 보여줍니다.

 

4. 늦은 단맛의 여운

그제야 / 내가 받은 붉은 사과에도 / 늦은 단맛이 깊게 배어들겠지

마지막 연은 이 시의 백미입니다.

사과의 단맛은 지원금을 손에 쥐었을 때(물질적 충족)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그것으로 사랑하는 사람을 먹이고 돌볼 때(정서적 충족)

비로소 깊게 배어드는 것임을 말합니다.

'늦은 단맛'이라는 표현은 거칠고 힘겨운 삶을 살아온 시적 화자의 세월을

대변하는 듯하여 깊은 여운을 남깁니다.

 

총평

<붉은 사과>는 관념적인 복지나 정치를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철저하게 서민의 눈높이와 삶의 현장(시장, 도마, 밥상)에서 출발하여,

국가의 시혜가 어떻게 인간의 존엄과 가족애로 피어나는지를

감동적으로 그려냈습니다.

소박하지만 날카로운 현실 인식,

그리고 이를 덮어주는 따뜻한 서정성이 균형을 이룬 아름다운 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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