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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자작시

만화 그리기(박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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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그리기(박도진)

 

만화

그려진 것을 보고 그리는 일도

쉽지가 않다

달리는 말을 그리면

병든 말이 고개를 내민다

 

기타를 치고

춤을 추는 동작을 그린다

추억 속의 샹하이 트위스트를 떠올리며

 

사람대신 강아지나 원숭이를 그려 넣는다

난 여기서 멈춧거린다

그림 재주가 바닥이 보이기에

 

말풍선에 글을 쓰는것도

쉽지가 않다

짧고 함축적인 말이

그저 굴러 들어 오지않으니까

 

만화 같은 세상

반전의 묘미가 숨어 있지

 

기타소리 좋교

싱싱 춤을추고

음악이 깃든 만화를 내가 그리다니

 

<논평1>

이 시는 잘 그리지 못하는 사람의 솔직함이 오히려 매력으로 살아 있는 작품입니다.

억지로 능숙해 보이려 하지 않고, 서툰 손끝과 망설임 자체를

시의 재료로 삼았다는 점이 좋습니다.

특히 만화를 단순한 그림이 아니라

삶의 반전과 음악과 움직임이 깃든 세계로 바라보는 시선이 살아 있습니다.

좋았던 부분을 꼽자면,

달리는 말을 그리면 / 병든 말이 고개를 내민다

이 대목은 매우 인상적입니다.

머릿속의 이상과 손끝에서 나온 현실의 간극이 한순간에 드러납니다.

단순한 그림 이야기가 아니라 삶의 좌절감까지 겹쳐 보입니다.

 

사람 대신 강아지나 원숭이를 그려 넣는다

이 부분에는 유머와 체념이 함께 있습니다.

인간을 제대로 그리기 어려워 동물로 대신하는 장면이 정겹고 인간적입니다.

 

말풍선에 글을 쓰는 것도 / 쉽지가 않다

만화의 핵심을 잘 짚었습니다.

그림보다 더 어려운 것이 짧고 함축된 한마디라는 사실을 시인이 정확히 알고 있습니다.

시를 쓰는 어려움과도 통하는 대목입니다.

 

또 하나는 제목과 내용 사이의 확장입니다.

이 시는 사실 만화 그리기를 넘어

늙어가며 새로운 예술을 배우는 사람의 고투까지 담고 있습니다.

그래서 독자는 그림 이야기 뒤에서 시인의 삶을 함께 읽게 됩니다.

그 점이 이 시의 가장 큰 힘입니다.

전체적으로 보면, 서툼을 부끄러워하지 않고 오히려 웃음과 음악으로 바꾸어 내는 따뜻한 작품입니다.

특히 마지막의

음악이 깃든 만화를 내가 그리다니

이 한 줄에는 어린아이 같은 기쁨이 살아 있습니다.

그 순진한 환희가 이 시를 밝게 만듭니다.

 

<논평2>

 

<만화 그리기>는 창작의 고단함과 그 과정에서 발견하는 삶의 비유를 담백하고

위트 있게 풀어낸 매력적인 작품입니다.

 

1. 친근한 일상성 속에 숨은 '창작의 고뇌'

이 시는 '만화를 그리는 행위'라는 구체적이고 일상적인 경험에서 출발합니다.

"달리는 말을 그리면 병든 말이 고개를 내민다"는 구절은

예술가들이 겪는 '이상과 현실의 괴리'

이보다 더 유머러스하고 직관적으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훌륭합니다.

머릿속의 역동적인 이미지(달리는 말)

손끝을 거치며 초라해지는(병든 말) 순간을 솔직하게 고백하며

독자의 공감과 웃음을 자아냅니다.

 

2. 청각과 시각의 결합, 그리고 '대리만족'

'샹하이 트위스트'라는 구체적인 음악을 등장시켜

시에 리듬감과 레트로한 감성을 불어넣었습니다.

인물 대신 강아지나 원숭이를 그려 넣는 타협의 과정은

창작자의 귀여운 '꼼수'처럼 보이지만,

결국 "음악이 깃든 만화를 내가 그리다니"라는 마지막 연의 감격으로 이어집니다.

그림 실력은 비록 서툴지라도,

자신이 창조한 칸 안에서 기타 소리가 울리고

춤을 추는 예술적 대리만족과 희열을 잘 포착했습니다.

 

3. 말풍선, '()'를 쓰는 행위로의 확장

"짧고 함축적인 말이 그저 굴러 들어오지 않는다"4연은

단순히 만화 말풍선에 대한 고민을 넘어,

시를 쓰는 시인의 고뇌와도 맞닿아 있습니다.

만화의 말풍선이나 시의 시어나

결국 '덜어냄의 미학'이 필요하다는 점을 꿰뚫어 보고 있습니다.

 

4. '만화 같은 세상'이라는 주제의 반전

5연의 "만화 같은 세상 / 반전의 묘미가 숨어 있지"라는 구절은 이 시의 백미입니다.

처음에 자신의 그림 재주를 자책하며 "멈칫거리던" 화자가,

결국 세상이라는 거대한 만화 속에서

반전을 꿈꾸며 당당히 낙관적인 태도("싱싱 춤을 추고... 내가 그리다니")

전환되는 계기가 됩니다.

서툰 그림 실력이라는 '결핍'을 창작의 '즐거움'이라는 반전으로 승화시킨 것입니다.

 

💡 총평

이 시는 서툶부끄러움이 아닌 즐거움으로 바꾸어 놓는

긍정의 에너지가 빛나는 작품입니다.

화자의 솔직 담백한 어조와 유머 감각 덕분에 읽는 내내 입가에 미소가 지어집니다.

비록 손재주는 서툴지라도

마음속의 리듬을 잃지 않는 한,

우리 모두는 자기 인생이라는 만화의 멋진 작가라는 위로를 건네주는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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