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해 금산 (이성복.)
<신춘문예 응모작 작품점검 열가지-1 권갑하)
남해 금산(이성복)
한 여자 돌 속에 묻혀 있었네.
그 여자 사랑에 나도 돌에 들어갔네.
어느 여름 비 많이 오고
그 여자 울면서 돌 속에서 떠나갔네
떠나가는 그 여자 해와 달이 끌어주었네.
남해 금산 푸른 하늘가에 나 혼자 있네.
남해 금산 푸른 바닷물 속에 나 혼자 잠기네.
신춘문예 응모작 최종점검 열 가지(1)
▶그 첫 번째 점검 항목은 제목입니다.
그러니까 제목이 상징과 여운이 있는가 하는 것이죠.
너무 직접적이거나 설명적인 제목
그리고 많이 다뤄진 우리에게 익숙한
제목은 좋지 않습니다.
제가 최년 최근 4년간의 신춘문예
당선작의 제목을
유형별로 분석한 영상을 찍었는데요.
짧고 상징적이며 궁금증을 자아내게
하는 낯선 제목이 좋습니다.
예를 한번 들어 볼게요.
고양이 무늬로 웃는 연습하기.
엄마 달과 물고기
귓바퀴 꽃 하얀 가을 강
그러면 그러라고 할지
다섯 개의 물의 장면
아무도 등장하지 않는 이 거울이 마음에 든다.
모두 신축문회 당선작의 제목들인데요.
하나같이 평범하지가 않죠.
어쨌든
제목은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뭐 봄날의
추억 같은 그런 진부한 제목이나
또는 외로움, 그리움처럼 감정 자체를
드러내는 추상적인 제목은 좋지가 않습니다.
▶둘째 제목 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첫행입니다.
시의 첫 행이 새롭고 참신한 시적인
세계로 초대하는
그런 그 채팅인가 하는 것이죠.
시의 채팅은 독자를 끌어당기는
현관 문과 같기 때문에
감정을 드러내기보다는
구체적인 이미지로 시작을 해야합니다.
<농담은 껍질 채 먹는 과일입니다.>
2022년도 조선일보 당선자 고선경의 첫 행인데요.
어떻게 느껴지시나요?
껍질 채먹는 과일이라는 표현이야
아마 일상적인 구절이죠.
하지만 주어를 농담이라는 추상 명사를
붙여 신선함을 주는 아주 기발한 문장 구사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뒤의 본문 내용과 표현이 어느 정도 받쳐 주면은
다른 작품은 눈에 들어오지 않게 될 것입니다.
그러니까 마지막까지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이죠.
<너의 눈 안에는 열매를 맺으려 하는
나무가 있다.>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는 아주 매력적인
첫행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열매를 맺으려 하는 나무라는 것은
일반적이라고 볼 수 있는데요.
그것이 바로 너의 눈 안에라고 하는 어떤
제한된 공간을 제시함으로써
신선함을 만들어 내고 있죠.
<나는 자궁으로 돌아가는 중이다.>
궁금증을 자아내게 합니다.
이들 첫 행이 갖는 공통점은 무엇일까요?
그렇죠. 바로 하나의 완성된 문장, 단문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점입니다.
이러 간결한 형태의 첫행은
흡인력이 큰 아주 매력적인 첫행 구사라고 할 수 있겠죠.
<바람이 썰고 간 자리에 내 이름이 피어났다> 같은 구절도 나쁘지는않겠죠.
그러나 봄이 왔다 같은 구절이나 나는 외롭다 같은 진술적이고 교과서적인
표현은 채팅에서 피해야 합니다.
▶셋째는 시적 긴장의 형성입니다.
초반에 긴장이 조성되고 있는가 하는 것이죠.
시는 초반의 힘이 매우 중요합니다.
첫 연부터 독자의 기대를 흔들어야 하니까요.
그러니까 그렇게 첫 행에서 독자의 기대를 흔들어야
이 사람 예살롭지 않구나 하는 인상을 줄 수 있는 것이죠.
낯설거나 아이러니한 이미지
대조적인 장면이 긴장을 만듭니다.
예를 들면 꽃이 피는 소리를 들었다처럼
청각화된 시각 이미지를 제시하거나
<고요가 너무 커서 잠을 깼다> 같은 반어의 긴장도 좋겠죠.
어쨌든 평범한 모사로는 긴장이 잘
만들어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다음 작품을 하나 보겠습니다.
▶남해 금산 (이성복.)
한 여자 돌 속에 묻혀 있었네.
그 여자 사랑에 나도 돌에 들어갔네.
어느 여름 비 많이 오고
그 여자 울면서 돌 속에서 떠나갔네
떠나가는 그 여자 해와 달이 끌어주었네.
남해 금산 푸른 하늘가에 나 혼자 있네.
남해 금산 푸른 바닷물 속에 나 혼자 잠기네.
<이성복의 대표작 남해 금산은>
첫행의 아주 낯선 이미지로 독자를
강하게 끌어들립니다.
한 여자 돌에 묻혀 있었네라는 구절이
그런 것이죠.
사랑과 죽음의 역설적인 전환으로
사물의 깊이를 만들어내면서
마지막까지
감정을 폭발시키지 않고 절제된 언어로
긴장을 유지합니다.
'나의 자작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 빗물 (송이후)<2026년 불교신문 신춘문예 시 당선작> (1) | 2026.05.25 |
|---|---|
| 뿌리에게 (나희덕)<신춘문예응모작 작품 점검 열가지-2 권갑하) (1) | 2026.05.25 |
| 조금 늦었지만 괜찮아 ( 연우)[2026 조선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작] (0) | 2026.05.24 |
| 부치지 않은 편지 (노래: 김광석) (0) | 2026.05.23 |
| 상록수 (노래: 양희은)(김민기 작사 작곡) (0) | 2026.05.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