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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자작시

세시에서 다섯시 사이 / 도종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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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시에서 다섯시 사이 / 도종환

 

산벚나무 잎 한쪽이 고추잠자리보다 더 빨갛게 물들고 있다

지금 우주의 계절은 가을을 지나가고 있고,

내 인생의 시간은 오후 세시에서 다섯시 사이에 와 있다

내 생의 열두시에서 한시 사이는 치열하였으나

그 뒤편은 벌레 먹은 자국이 많았다

 

이미 나는 중심의 시간에서 멀어져 있지만

어두워지기 전까지 아직 몇 시간이 남아 있다는 것이 고맙고,

해가 다 저물기 전 구름을 물들이는 찬란한 노을과 황홀을

한 번은 허락하시라는 생각만으로도 기쁘다

 

머지않아 겨울이 올 것이다

그때는 지구 북쪽 끝의 얼음이 녹아

가까운 바닷가 마을까지

얼음조각을 흘려보내는 날이 오리라 한다

그때도 숲은 내 저문 육신과 그림자를 내치지 않을 것을 믿는다

지난 봄과 여름 내가 굴참나무와 다람쥐와 아이들과 제비꽃을 얼마나 좋아하였는지,

그것들을 지키기 위해 보낸 시간이 얼마나 험했는지

꽃과 나무들이 알고 있으므로

대지가 고요한 손을 들어 증거해 줄 것이다

 

아직도 내게는 몇 시간이 남아 있다

지금은 세시에서 다섯시 사이

 

도종환 시인의 <세시에서 다섯시 사이>

인생의 중장년기(황혼기)를 맞이한 시인이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고,

남은 시간에 대한 감사와 담담한 수용을 노래한 따뜻하고 깊이 있는 시입니다.

시의 핵심적인 내용을 몇 가지 포인트로 나누어 설명해 드릴게요.

 

1. '세시에서 다섯시 사이'의 의미: 인생의 가을과 황혼

하루 중 오후 3~5시는 뜨거웠던 낮의 해가 기울고 어둠이 내리기 직전인 '황혼녘'을 뜻합니다. 시인은 이를 자연의 계절인 '가을'과 연결 지으며, 자신의 인생 역시 뜨거운 청춘을 지나 황혼기에 접어들었음을 담담하게 받아들입니다.

 

2. 치열했던 과거와 아쉬움 (1)

"내 생의 열두 시에서 한시 사이는 치열하였으나 그 뒤편은 벌레 먹은 자국이 많았다"

가장 뜨겁고 활발하게 살았던 젊은 시절(12~1)을 되돌아봅니다.

열정적으로 살았지만, 지나고 보니 상처와 실수,

후회(벌레 먹은 자국)도 많았음을 고백하는 성찰적인 부분입니다.

 

3. 남은 시간에 대한 감사와 소망 (2)

"어두워지기 전까지 아직 몇 시간이 남아 있다는 것이 고맙고"

비록 전성기(중심의 시간)는 지났지만, 인생이 완전히 저물기(밤이 되기) 전까지

아직 자신에게 몇 시간의 소중한 삶이 남아있음에 감사해합니다.

그리고 해가 지기 직전 하늘을 가장 아름답게 수놓는 '노을(황홀)'처럼,

남은 인생을 아름답게 마무리하고 싶다는 소망을 품습니다.

 

4. 당당함과 자연의 위로 (3)

"그때도 숲은 내 저문 육신과 그림자를 내치지 않을 것을 믿는다"

머지않아 노년과 죽음(겨울)이 찾아올지라도 시인은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젊은 날 자신이 가치 있는 것들

(굴참나무, 다람쥐, 아이들, 제비꽃으로 표현된 '자연''사회적 약자, 정의' )

지키기 위해 험하고 치열하게 살아왔기 때문입니다.

자신이 살아온 진심을 대지(자연)가 알고 증거해 줄 것이기에,

늙고 병든 육신마저도 자연이 따뜻하게 품어줄 것이라 확신합니다.

 

💡 한 줄 요약

이 시는 "비록 내 인생의 전성기는 지났고 곧 겨울(노년)이 오겠지만,

남은 황혼의 시간을 감사하게 여기며 마지막까지 아름답고 당당하게 살아가겠다"

성숙한 삶의 태도를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고추잠자리보다 더 빨갛게 물든 산벚나무 잎"

바로 이렇게 아름답게 익어가는 시인 자신의 인생을

상징하는 멋진 첫 단추였던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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