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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자작시

백련사 동백꽃 (송수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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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련사 동백꽃 (송수권)

 

동백의 눈 푸른 눈을 아시는지요

동백의 연푸른 열매를 보신 적이 있나요

그 민대가리 동자승의 푸르슴한 정수리같은.....

그러고 보니 꽃다지의 꽃이 진 다음

이 동백숲 길을 걸어보신 이라면

아기 동자승이 떼로 몰려 낭낭한 경() 읽는 소리

그 목탁 치는 소리까지도 들었겠군요

마음의 경() 한 구절로 당신도 어느새

큰 절 한 채를 짓고 있었음을 알았겠군요

 

그렇다면 불화로를 뒤집어쓰고 숯이 된

등신불(等身佛) 이야기도 들어 보셨나요

육보시 중에서도 그 살보시가 으뜸이라는데

()을 밝힌다면, 보시 중에서도 그 꽃보시가 으뜸인

오늘 이 동백숲을 보고서야 문득 깨달았겠군요!

 

한 세월 앞서

초당 선비가 갔던 길

뒷숲을 질러 백련사 법당까지 그 소롯길 걸어보셨나요

생꽃으로 뚝뚝 모가지 채 지천으로 깔린 꽃송아리들

함부로 밟을 수 없었음도 고백하지 않을 수 없겠군요

조심히 접어 목민심서 책갈피에 꽂았더니

누구의 울음인지 한 획 한 글자마다 낭자한 선혈

애절양 애절양으로 우는

동박새 울음이 유난히 슬픈 봄날이었지요

 

동안거(冬安居)도 끝나고 구강포 겨울 바람이 설치면

어느 큰 손이 부싯돌을 긋는지

팍팍 날리는 불티 몇 점도 보셨나요

그 불길 동백숲에 옮아 붙어 아련한 모닥불로 번질 때

그 불기운으로 저 정수사 앞 뜰 흙가마 속

청자수병(靑瓷水餠)이 솟고, 그 수병 속 물길 휘둘러

강진만에 첫 번째 우리들의 봄이 오고 있었음을

 

꽃다지: 오이나 참외,가지,호박 등에서 맨 처음 열린 열매

청자수병(靑瓷水餠) 푸른 도자기 물병

동안거(冬安居): 불교 승려들이 음력 1015일부터 이듬해 115일 까지

일정한 곳에 머물며 수도(修道)

 

 

구강포의 유래

구강포(九江浦)는 강진만의 가장 남쪽에 있는 마량, 대구, 칠량,

강진읍의 어딘가에 해당된 포구(浦口)의 명칭인 것 같은데

아직도 제대로 정리가 되어 있지 않다.

 

구강포를 곁에 두고 있는 백련사

백련사에 가려면 강진읍을 벗어나 구강포를 끼고 남서쪽으로 돌아가야 한다.

 

송수권 시인의 <백련사 동백꽃>은 전남 강진의 역사적·지리적 배경을 바탕으로,

봄에 뚝뚝 떨어지는 동백꽃의 붉은 이미지를

불교적 상상력과 역사적 아픔에 연결하여 노래한 명시입니다.

시의 핵심 내용을 이해하기 쉽게 정리해 드립니다.

 

1. 핵심 주제와 배경

주제: 동백꽃의 개화와 낙화를 통해 깨닫는 불교적 숭고함,

그리고 역사적 아픔(정약용의 유배와 백성들의 고통)의 위로.

공간적 배경: 전남 강진의 다산초당, 백련사 동백숲, 구강포(강진만),

고려청자 도요지가 있는 대구면(정수사) 일대.

 

2. 연별 상세 해설

1: 동백숲에서 느끼는 불교적 경외감

*그 민대가리 동자승의 푸르슴한 정수리같은.....*

*아기 동자승이 떼로 몰려 낭낭한 경() 읽는 소리*

 

해설:

시인은 봄날 백련사 동백숲의 푸른 열매와 숲의 기운을 보며 머리를 깎은

동자승의 정수리를 떠올립니다.

바람에 사각거리는 나뭇잎 소리는

마치 동자승들이 맑은 목소리로 불경을 읽고 목탁을 치는 소리처럼 들립니다.

이 신비로운 자연 속에서 시인은 물론 독자마저도 마음속에

'큰 절 한 채'를 지은 것처럼 경건한 마음 상태(종교적 각성)에 이르게 됩니다.

 

2: 동백꽃의 붉은 개화 '꽃보시''등신불'

*()을 밝힌다면, 보시 중에서도 그 꽃보시가 으뜸인

*오늘 이 동백숲을 보고서야 문득 깨달았겠군요!*

 

해설:

붉게 피어난 동백꽃을 시인은 자신의 몸을 태워 부처에게 바친 '등신불'이나,

불교에서 가장 고결하게 여겨지는 '살보시(몸을 바쳐 베풂)'에 비유합니다.

봄을 맞아 온 숲을 붉게 물들인 동백꽃은

세상을 밝히기 위해 스스로를 온전히 바친 '꽃보시(꽃으로 행하는 자비)'의 절정인 셈입니다.

 

3: 동백꽃의 낙화 다산 정약용의 유배와 백성들의 눈물

*조심히 접어 목민심서 책갈피에 꽂았더니*

*누구의 울음인지 한 획 한 글자마다 낭자한 선혈*

*애절양 애절양으로 우는*

 

해설:

3연은 이 시의 감정적 절정입니다.

시인은 다산초당에서 백련사로 이어지는 오솔길을 걷습니다.

이 길은 과거 유배 생활을 하던 초당 선비(다산 정약용)가 걸었던 길입니다.

시들지 않고 송이째 뚝뚝 떨어져 바닥에 깔린 붉은 동백꽃은

마치 '낭자한 선혈()'처럼 보입니다.

시인은 이를 다산의 시 <애절양(哀絶陽)>과 연결합니다.

(<애절양>은 조선 후기 군포를 채우기 위해

갓난아기와 죽은 이에게까지 세금을 매기자,

한 백성이 스스로 생식기를 잘라버린 비극을 슬퍼하며 다산이 지은 시입니다.)

 

* 결국 붉은 동백꽃은 당시 고통받던 백성들의 피눈물이자,

그들을 바라보며 울었던 <다산의 슬픔>이 꽃으로 환생한 것입니다.

 

4: 겨울을 이겨내고 피어나는 강진의 봄

*그 불기운으로 저 정수사 앞 뜰 흙가마 속*

*청자수병(靑瓷水餠)이 솟고 ... 강진만에 첫 번째 우리들의 봄이 오고 있었음을*

 

해설: 겨울 바람(구강포 겨울 바람)이 물러가고 동백꽃이 번져가는 모습을 시인은

'모닥불''불티'로 표현합니다.

이 동백의 붉은 불기운(생명력)은 강진의 명물인 고려청자를 구워내는 흙가마의 불길로 이어집니다. 차가운 겨울을 뚫고 타오른 동백의 불길과 청자 가마의 열기를 통해 마침내 강진만(구강포)에 진정한 봄이 시작됨을 선언하며 시가 마무리됩니다.

 

구강포는 강진만의 포구를 뜻하며

이 시에서는 겨울바람이 불어오는 거친 공간이자,

동시에 청자 빛 푸른 물길을 휘돌아

가장 먼저 봄을 맞이하는 역동적인 공간으로 그려지고 있습니다.

시인의 깊은 문화적 소양과 남도 특유의 가락이 잘 살아있는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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