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나의 자작시

북두칠성 / 김명수

반응형

 

북두칠성 / 김명수

 

먼 길 떠나시던

아버님 발자국이 보인다

어두운 밤 홀로 흰 두루막자락 날리시며

검은 산

넘어

넘어

먼 길 가시던 날

어머님이 감추시던

눈물 어려 몇 방울

내 이젠 나이 들어 어린 딸 거느리고

여름 저녁 한때 언덕에 서면

만주땅 어느 곳에 잠들어 계실

아버님 모습

풀벌레들 정적 더하면

고향 옛집에서

철모르던 우리 남매 잠재워 놓고

두만강

된서리 묻어 온 두루마리

남몰래 읽으시던 우리 어머니

촛불에도 떨리시던

당신의 눈물 모두 어려 보인다

 

작가 소개: 김명수

시인이자 아동문학가, 1945년 경북 안동에서 태어났다.

독일 프랑크푸르트 대학에서 수학한 후 1977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시 <월식>이 당선되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월식>, <하급반 교과서>, <피뢰침과 심장>, <침엽수 지대>, <바다의 눈>, <아기는 성이 없고>, <가오리의 심해>, <수자리의 노래>, <곡옥> 등이 있다.

오늘의 작가상(1980, 월식), 신동엽 문학상(1984), 만해문학상(1992년 침엽수 지대), 창릉문학상(2015년 곡옥) 등을 수상했다.

 

김명수 시인의 <북두칠성>은 분단과 망향, 그리고 가족사를 통해 민족의 아픔을 서정적으로 그려낸 작품입니다.

1. <북두칠성> 해설

이 시는 화자가 성인이 되어 어린 딸과 함께 언덕에 서서 밤하늘의 북두칠성을 바라보며, 어린 시절 헤어진 아버지를 그리워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배경: 아버지는 일제강점기 혹은 혼란기에 가족을 남겨두고 만주로 떠나셨고, 끝내 돌아오지 못했습니다.

정서: 아버지를 향한 그리움과 그를 기다리며 눈물 짓던 어머니에 대한 안쓰러움이 교차합니다.

상징: '북두칠성'은 어두운 밤길의 길잡이가 되어주는 별입니다. 화자는 이 별을 보며 아버지가 가셨던 길을 추적하고, 시적 화자의 정신적 지표로서 아버지를 떠올립니다.

2. 시의 표현 기법

이 시는 절제된 언어와 시각적 이미지를 활용해 슬픔을 고조시킵니다.

색채 대비: '흰 두루막자락''어두운 밤/검은 산'의 대비를 통해 떠나가는 아버지의 고결하면서도 위태로운 뒷모습을 선명하게 시각화했습니다.

행간 걸침과 반복: '넘어 / 넘어 / 먼 길 가시던 날'처럼 행을 나누어 반복함으로써, 아버지가 가신 길이 얼마나 멀고 험난했는지를 물리적인 거리감으로 느끼게 합니다.

여백의 미: '아버님 모습'과 같은 말줄임표를 사용하여 차마 다 말하지 못하는 슬픔과 깊은 여운을 남깁니다.

시선 확장: 과거(어린 시절의 부모님)에서 현재(딸과 함께 서 있는 나)로 시간이 흐르지만, 그리움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3. 시인의 가정사와 시 세계

🏠 시인의 가정 이야기

김명수 시인의 작품에는 유독 '북쪽''아버지'에 대한 테마가 자주 등장합니다. 그의 실제 가정사는 한국 근현대사의 비극과 맞닿아 있습니다.

시인의 아버지는 일제강점기 만주로 떠난 후 소식이 끊겼거나, 분단 상황 속에서 생이별하게 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홀로 남겨진 어머니가 밤마다 남몰래 눈물을 훔치며 남편의 편지(두루마리)를 읽던 모습은 시인의 유년 시절 각인된 가장 아픈 기억 중 하나입니다. 이러한 '결손된 가족사'가 그의 시를 지탱하는 핵심 정서가 되었습니다.

 

🌌 김명수 시인의 시 세계

김명수 시인은 1970년대 등장한 이래, 개인의 아픔을 민족의 역사적 비극으로 확장하는 작업을 해왔습니다.

민중적 서정성: 평범한 사람들의 삶과 그들이 겪는 고통을 따뜻하고도 날카로운 시선으로 포착합니다. 대표작인 <하급반 교과서>에서도 드러나듯, 소외된 존재들에 대한 애정이 깊습니다.

분단과 망향의 아픔: <북두칠성>처럼 잃어버린 고향, 돌아오지 않는 아버지, 분단된 국토의 슬픔을 노래하며 우리 민족이 지닌 한()을 보듬습니다.

동심과 순수: 아동문학가로도 활동한 만큼, 그의 시에는 아이와 같은 순수한 시선이 담겨 있습니다. 이는 비극적인 현실을 더욱 비극적으로 보이게 하거나, 혹은 그것을 초월하려는 의지로 작용합니다.

김명수 시인의 시는 단순히 슬픔에 머물지 않고, 그 슬픔을 통해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역사와 인간애를 일깨워줍니다. 시 속에서 '북두칠성'을 바라보며 아버지를 찾는 행위는, 결국 자기 뿌리를 찾고 상처를 치유하려는 시인의 간절한 기도와도 같습니다.

 

반응형

'나의 자작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못 위의 잠(나희덕)  (0) 2026.05.28
국수 / 백석  (0) 2026.05.28
어느 노인의 고백 (이해인)  (1) 2026.05.27
중국어 교실(박도진)  (0) 2026.05.27
피아골 다랑이논 (이성부)  (0) 2026.05.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