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울란바토르행 버스를 기다리며 (정일근)
더 이상 기다리지 않기 위해서
울란바토르행 버스를 기다린다
무사히 국경을 넘을 수 있다면
나는 혁명할 것이다, 조국에서
내 사랑의 시작은 신기루였고
내 사랑의 끝은 폐허였다
세계는 오래 전부터 하나인데
사랑하는 조국은 여전히 나눠져 있다
21세기의 하나뿐인 분단민족이여
나는 이 이분법이 이제는 지겹다
초원으로 가서 사랑을 하고 싶으니
쇠를 녹이는 끓는 사랑을 하고
칸이 될 수 있는 사내를 낳을 것이다
그 아이에게 내 성씨를 물려주고
네 제국을 만들라 유언할 것이다
고백하자면 반도는 사랑하기에 너무 좁다
북쪽을 생각하면 머리가 지끈거리고
남쪽에서의 꿈은 꿈마다 숨이 막힌다
칸이 아니면 또 어떠랴, 딸이 태어난다면
바람이라는 뜨거운 이름을 주고
초원의 시인으로 살게 할 것이다
아시아의 처음에서 유럽의 끝까지
그녀의 시가 하나의 언어가 되는
유라시아의 시인으로 살게 할 것이다
나는 울란바토르행 버스를 기다린다
나는 몸에 꿈 하나 숨기고
남쪽과 북쪽의 국경을 넘을 것이다
국경을 넘는 것이 죄가 된다면
나를 구금하라, 대륙의 피에
반도의 피를 섞으려는 것이 유죄라면
나도 혁명가처럼 서서 죽을 것이다
<질문>
이 시가 시 낭송대회에서 대상을 받았는데
이 시가 낭송용으로 적합했던 이유와 시의 간략한 해설
정일근 시인의 약력 소개
<대답>
정일근 시인의 〈울란바토르행 버스를 기다리며〉는
시 낭송 대회에서 대상을 받기에 아주 훌륭한 요건들을 갖춘 작품입니다.
활자로 읽을 때보다 입 밖으로 내어 읽을 때
그 울림이 훨씬 강해지는 시이기도 하죠.
요청하신 세 가지 내용을 알기 쉽게 정리해 드립니다.
1. 이 시가 '낭송용'으로 적합했던 이유 (대상 수상 요인)
시 낭송 대회에서는 시의 문학성뿐만 아니라
'낭송가(발화자)의 감정 전달력', '청중을 압도하는 호흡',
그리고 '소리의 운율'이 평가의 핵심이 됩니다.
이 시는 다음과 같은 특징 덕분에 낭송에서 강력한 힘을 발휘합니다.
▴격정적이고 직설적인 어조 (강렬한 에너지):
"나는 혁명할 것이다", "서서 죽을 것이다"와 같이
단정적이고 강한 어조(~ㄹ 것이다, ~다)가 반복됩니다.
낭송자가 목소리에 힘을 싣고 청중을 몰입시키기에
최적의 호흡을 가지고 있습니다.
▴감정의 극적인 기승전결 (드라마틱한 구성):
초반부의 쓸쓸한 기다림과 분단의 아픔에서 시작해,
중반부의 광활한 초원과 '칸/바람'을 꿈꾸는 웅장한 기상,
그리고 후반부의 목숨을 걸고 국경을 넘겠다는 비장한 결의까지
감정의 진폭이 매우 큽니다.
낭송자가 목소리의 고저장단을 살려 한 편의 드라마처럼 연출하기 좋습니다.
▴선명한 시각적·청각적 이미지:
'신기루', '폐허', '초원', '쇠를 녹이는 끓는 사랑', '바람' 등
듣는 사람의 머릿속에 즉각적으로 거대한 대륙과 뜨거운 감정의 이미지를
그려내어 청중의 공감을 이끌어내기 쉽습니다.
2. 시의 간략한 해설
이 시는 분단된 한반도(반도)라는 좁은 현실 공간의 답답함을 벗어나,
광활한 대륙(울란바토르, 유라시아)을 향해 나아가고자 하는
뜨거운 열망과 의지를 노래한 작품입니다.
▴분단의 지겨움과 한계:
시인은 남북으로 갈라져 서로를 가로막고 있는 이분법적 현실을
"머리가 지끈거리고", "숨이 막힌다"고 표현하며 답답해합니다.
세계는 하나인데 왜 우리만 나눠져 있어야 하는가에 대한 깊은 탄식이 깔려 있습니다.
▴울란바토르행 버스의 의미:
몽골의 수도인 울란바토르로 가는 버스는
현실적으로 지금 당장 탈 수 없는 존재입니다.
하지만 시인은 이를 기다림으로써
분단의 국경을 허물고 대륙으로 뻗어나가겠다는 '초월적 혁명'을 꿈꿉니다.
▴대륙적 기상과 미래에 대한 염원:
초원에서 태어날 아이(아들 또는 딸)는 좁은 반도에 갇히지 않고 유
라시아 전체를 아우르는 거대한 존재(칸, 유라시아의 시인)가 되기를 바랍니다.
이는 닫힌 민족주의를 넘어 세계로 확장되는 미래 세대에 대한 소망입니다.
주제: 분단 현실의 극복 의지와 대륙을 향한 광활한 꿈과 사랑.
3. 정일근 시인 약력 소개
정일근 시인은 따뜻한 서정성과 사회를 바라보는 날카로운 시선을 동시에
지닌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중견 시인입니다.
출생: 1958년 경남 진주 출생.
등단: 1985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시
〈유배지에서 보내는 정약용의 편지〉가 당선되며 문단에 나왔습니다.
작품 세계: 초기에는 주로 서정적이고 따뜻한 인간애를 바탕으로 한 시들을 썼으며,
점차 생명 사상, 자연과의 교감,
그리고 이 시처럼 역사와 분단 현실을 대륙적 스케일로 확장하는
역동적인 작품들을 선보였습니다.
주요 시집: 《부드러운 직선》, 《누가 타오르는 강물에 꽃을 던지는가》,
《기다린다는 것에 대하여》, 《방랑자》 등.
수상 경력: 소월시문학상, 영랑시문학상, 지훈문학상,
이산문학상 등 국내의 굵직한 문학상을 두루 수상하며 문학적 성취를 인정받았습니다.
경력: 언론사 기자로 활동하기도 했으며,
경남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로 재직하며 후학 양성에도 힘썼습니다.
'나의 자작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아버지 (김재동) (0) | 2026.05.30 |
|---|---|
| 비 (백무산) (0) | 2026.05.30 |
| 조찬(朝餐)( 정지용) (0) | 2026.05.29 |
| AI와 협업하여 시를 쓰기 (박도진) (0) | 2026.05.28 |
| 옛 시인의 노래 (한경애 노래/이경미 작사/이현섭작곡) (0) | 2026.05.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