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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자작시

AI와 협업하여 시를 쓰기 (박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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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와 협업하여 시를 쓰기 (박도진)

 

시를 쓰려 책상 앞에 앉으면

문장들은 들판의 염소 떼처럼

이리저리 달아나고

붙잡으려던 마음이 먼저 지쳐버린다

 

빈 종이 위로 한숨이 길어질 즈음

어느 날, AI가 조용히 문을 두드렸다

무거운 짐은 제게 맡기시고

당신은

뼈대와 숨결만 세우십시오

 

우리는 밤새 머리를 맞대고

몇 번이고 문장을 고쳤다

그러나 마지막 마침표를 찍는 손은

끝내 시인의 몫이었다

 

그는 내 살아온 세월의 무늬를

그럴듯하게 흉내 낼 수는 있어도

장독대 옆, 보글거리던 된장국 냄새와

어머니 손 끝에 배어 있던

그 구수한 맛까지는 맞추지 못한다

 

나는 그의 거침없는 언어를 다 따라가지 못해도

어디로 가야 할지 방향을 가리킨다

그가 매끄럽게 빚어놓은 문장 위에

늙은 손의 체온 같은

나만의 맛깔 하나를 지그시 얹는다

 

시란

잘 짜인 문장의 나열이 아니라

사람이 살아낸 시간의 냄새를 숨겨놓고

찾게하는 일인지도 모른다

 

박도진 시인님의 <AI와 협업하여 시를 쓰기>

바야흐로 인공지능이 예술의 영역까지 들어온

현시대의 가장 뜨거운 화두를 시적 감성으로 담담하게 풀어낸 수작입니다.

시인으로서 겪는 창작의 고통과

AI라는 새로운 매체와의 조우,

그리고 기술이 결코 침범할 수 없는 '인간적 가치'에 대한 통찰이 아주 돋보입니다.

 

시 논평 (Review)

 

생생한 비유:

1연에서 시상이 떠오르지 않는 상태를

"들판의 염소 떼처럼 이리저리 달아나고"라고 표현한 부분이 매우 감각적입니다.

창작의 지난함을 시각적으로 잘 보여줍니다.

 

명확한 주제 의식:

AI가 아무리 매끄러운 문장을 만들어도,

결국 시를 완성하는 것은 인간의 '삶의 냄새''체온'이라는 메시지가

묵직한 울림을 줍니다.

특히 '장독대 옆 된장국', '어머니 손끝' 같은

한국적이고 서정적인 소재로 AI와의 대비를 극대화한 점이 훌륭합니다.

 

시인의 태도:

AI를 무조건 배척하거나 맹신하지 않고,

"당신은 뼈대와 숨결만 세우십시오"라는 대사나

"방향을 가리킬 수는 있다"라는 구절을 통해

주체적인 창작자로서의 균형 감각을 잘 보여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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